천원의 승부… 경기보다 더 짜릿

천원의 승부… 경기보다 더 짜릿

투자금의 수십배 수익… 고수들 용돈벌이 짭짤 경기에 집중 관전 묘미… 한탕주의 부정적 시각도

  • 승인 2011-09-06 17:27
  • 신문게재 2011-09-07 6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 - '스포츠토토' 열광]

지난달 27일 오후 10시께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시티즌과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 최성필(37·대전 중구)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찼다.

스포츠토토를 통해 대전시티즌의 승리를 예상해 베팅했지만 결과는 패배였기 때문이다. 또다른 경기 승패와 함께 적용해 4배정도의 배당률을 기대했지만 결국 본전치기에 만족해야만 했다.

▲ 단돈 1000원만으로도 스포츠경기 승패에 베팅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탕주의 등 부정적인 시각이란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 단돈 1000원만으로도 스포츠경기 승패에 베팅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탕주의 등 부정적인 시각이란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최씨는 “유상철 대전시티즌 신임 감독의 영향으로 지역연고팀의 승리에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며 “경기결과가 항상 똑같진 않지만 지역팀에 애정을 갖도록 도와준 게 바로 스포츠토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승패에 돈을 걸고 이에 따라 배당금을 제공하는 스포츠토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단돈 1000원이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 승부게임이 경기장 밖에서 한창이다.

스포츠토토는 스포츠경기에 대해 투표권을 발매해 상품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경기 전 경기결과를 예측투표해 결과를 적중시키면 환급금을 받게 되는 레저게임인 것. 적은 금액을 투자해 행운이 따를 경우, 수십배 이상의 환급금을 받기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용돈을 벌 수 있는 투자처이기도 하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전수영(32·대전 서구)씨 역시 날마다 스포츠토토에 1000원씩을 건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전씨는 지난해부터 자신만의 통계를 이용해 팀의 승률을 계산하며 월 20만~30만원을 수익으로 얻는다.

전씨는 3년치 경기 결과를 모두 분석해 승패 일수를 따진 뒤 승패 오차 2~3게임 정도로 계산하는 등 스포츠토토 분석의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인터넷 상에서는 일명 '선수(?)'로 불리는 한 네티즌이 동호회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예상 승패 결과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세자릿수 배당률을 기록한 것으로도 알려져 동호회원 사이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한 동호회 회원은 “스포츠토토를 하게 되면 어느새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 게임을 즐겁게 관전할 수 있다”며 “엄청난 규모의 투자금을 들이는 것이 아닌 만큼 재미를 돋우는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추천했다.

그러나 복권 개념의 이같은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뒤따르고 있다.

스포츠토토를 시작한 뒤, 낮은 베팅금액 등에 한계를 느낀 일부 이용자들이 불법 사설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토토의 경우, 1회에 최대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지만 사설 사이트에서는 베팅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신고된 불법 사설 사이트의 경우 7951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 40건에 비교해보면 2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불법 사이트 시장 규모가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전락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경기 승패에 돈을 걸고 배당금을 받는 것에 대한 시각은 극과 극이다.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고 관람객을 늘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오히려 일확천금에 대한 욕구를 키우기만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불법 사설 사이트가 불안한 경제환경 속에서 현대인들의 도피처로 인식되는 점 역시 경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신승주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일반적으로 불법 사행성 게임으로 향한 관심은 본인 스스로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일부분 한탕주의에 대한 잘못된 기대에서 비롯된 만큼 건전한 투자 또는 레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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