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
장수백세를 무조건 축복이라고 할 수 없듯이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오는 현상을 마냥 좋은 일이라고만은 할 수가 없다. 고학력화 추세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와 병폐 그리고 취업과 채용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진학에 의한 인재들의 배출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개인의 폭 넓은 직업선택과 그에 따른 삶의 질과 직업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을 부담하고서도 취업을 못하여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면서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에 머무는 현실과 환경미화원 모집에 박사출신의 인재가 지원했다는 소식은 그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 학력낭비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경쟁력 상실의 부작용이 치유하기 힘들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세상의 올바른 이치라면 대졸 인재들이 필요한 곳에는 대졸 인재들이 있어야 함이 마땅하고, 일반 산업현장에는 기업체 특성과 요구에 의한 기능을 습득한 고졸 인재들이 자리하도록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쓰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에 대한 올바른 동기부여를 통하여 하기 싫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참고 인내하는 극기복례(克己禮)로 자신을 완성하여 나아간다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산업현장에서 매슬로(Maslow)의 5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마땅함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작년 한국교육개발원의 학력 인플레의 주요 원인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임금 격차에 대한 우려보다는 학벌 위주의 사회구조와 학력 중시 풍토에 의해 낙인처럼 평생 동안 신분에 대한 차별과 상향이동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식과 현실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현실은 '대졸 = 좋은 직장과 미래'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잘못된 구조를 만들어 놓았고, 우리나라 학부모의 93%, 학생의 89%가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만 좋은 직장과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을 가지도록 만들어 놓은 주범이 되었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하였다. 사회적 구조와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노력만 하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개인에게만 그 노력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마치 위암에 걸린 사람에게 소화제만 먹으라고 권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공자는 “잘못하였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아야 하며(過則勿憚改)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過而改 是謂過矣)”이라고 하였다.
고졸 인재가 산업 현장에서 일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흘리는 땀 한 방울을 통하여 만족을 얻고, 열등감과 자신감 부족에서 탈출하여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 책임은 다음 세대가 아닌 바로 우리 기성세대가 짊어진 의무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의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저학력자와 고학력자의 차별이 크고, 경제적 지위에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누구나 다 대학에 진학 하려는 세태를 비난만 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누구나 갖는 대학교 졸업장만으로는 더 이상 변별력을 갖지 못하게 됨으로써 스펙 쌓기와 같은 새로운 고통을 안겨주는 악순환을 낳게 되어 인재는 인재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병만 더욱 깊어지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대졸과 고졸의 임금격차를 최대한 줄여주고, 학벌과 학연에 의한 차별을 없애고,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며, 고졸이어도 극기복례하여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극기복례한다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믿음과 긍정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조화의 미래를 열어 가는데 함께 보조를 맞추어 나아감이 마땅함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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