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교 대전지방보훈청장 |
우리는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보훈에도 패러다임이 있다. 우리나라의 보훈제도는 근대 국민국가 형성기의 국권회복, 8·15광복 이후의 국권수호와 민주사회를 위한 헌신의 가치를 포함하는 특이한 성격을 갖게 되어 다양한 형태의 공헌과 그 가치가 혼재돼왔다.
우리나라 보훈제도의 시대적 변화를 살펴보면, 창설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에는 '국가의 존립유지를 위한 보훈'으로서 국가적 희생에 대해 주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의 물질적 보상을 통한 생계안정에 주력하였고,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수혜대상을 대폭 확대함은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여건의 변화 및 국가유공자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더욱 질 높은 보훈사업을 위하여 주요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해 보훈시책의 기반을 확충하는 일대전환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후 1985년 시행된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여 원호에서 보훈으로 발전했으며 1990년에는 국가보훈처에 기념사업국을 신설하여 국가유공자 공훈선양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등 그 영역이 확대되었으며,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사회적 공헌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정부의 책무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에 대한 사회적·물질적 예우뿐만 아니라 정신적 상징적 예우까지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렇게 보훈제도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다시 한번 보훈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2012년 7월 국가보훈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합리적 보훈체계의 기틀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가보훈정책 5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이루게 되었다.
주요 제·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첫 번째로 보훈대상자의 이원적 구분이라 할 수 있다. 보훈대상을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희생자인 '국가유공자'와 국가책임차원에서 보상이 필요한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보훈의 내용에 있어서 보상과 예우가 혼재 또는 불분명하게 되어 있던 것을 명확히 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즉, 전투 중 또는 군사·교육훈련 중의 부상인 경우는 '국가유공자'로 하고 단순사고나 질환 등은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하여 지원하게 된다.
신설되는 것으로는 수당부문에서는 부양가족수당과 중상이부가수당이 신설되고, 신체검사시 한시판정제도가 도입된다. 한시판정제도란 진행성질환은 상이가 고착된 상태에서 판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전역 후 등록신청하는 경우 우선 현상태에서 판정을 하고 추후 질환이 고착된 상태에서 재검하는 것으로, 대상자의 권익을 위한 제도다.
제·개정 법률안은 앞으로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의 개정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기존 등록자는 현행대로 지원하고 법 시행이후 신규 등록자부터 개편된 지원제도를 적용한다.
이번 법률안의 국회통과로 국가보훈관련 법체계는 '보상법'과 '예우법'으로 이원화됨으로써 대다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기본법제와 궤도를 같이하는 보편적인 보상법제,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예우법제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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