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대통령과 장관의 엇갈린 '번복'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대통령과 장관의 엇갈린 '번복'

  • 승인 2011-09-05 15:41
  • 신문게재 2011-09-06 21면
  • 최두선 기자최두선 기자
▲ 최두선·도청팀 차장
▲ 최두선·도청팀 차장
2009년 10월 개봉한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세 명의 대통령 이야기를 친근하게 그린 영화다.

이 중 '청렴결백'의 이미지를 가진 김정호(이순재 분)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고 지키는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그는 월드컵복권을 만들며 “제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당첨금의 전부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실제 244억원의 당첨자가 되자 약속을 지켰다.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어쩔 줄 모르고 잠시 고민도 했지만,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고 지켜내면서 관람객들에게 흐뭇함과 감동을 줬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우리는 대통령이 몸소 자신의 어려운 약속을 지켜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과 신뢰를 갖게 되고, 이는 곧 국민들에게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현실 속 정부는 '굿모닝 프레지던트'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이명박 대통령은 번복을 밥먹듯 하면서 국민들에게 골 깊은 불신감을 심어줬다.

정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전 국민적인 촛불시위에 부딪히자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파도'를 보며 '아침이슬'을 부르다가 눈물도 흘렸다”는 소회를 전하며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과 촛불집회의 책임이 마치 집회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의 잘못인 양 “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2년 전의 뼈저린 후회를 번복했다.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말을 바꿨다.

2007년 대선 시절 세종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를 내세워 수정안의 군불을 떼더니 원안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고, 수정안이 '백년대계'라고 직접 주장했다. 과학벨트도 대선 시절 충청권이 최적지라고 했지만, 전국적 경쟁으로 몰아가다 여론과 논리에 밀려 충청권으로 결정했다. 그나마 대전이 거점지구로, 충남북이 기능지구로 결정됐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더 기막힌 일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정책을 수없이 번복했는데 한 장관이 “국가 정책을 번복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그 장관은 바로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다.

박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야당과 국민 반대가 심한 정부의 감세정책과 관련해 “(국가) 정책을 번복하는게 가장 나쁜 정책”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구미에 맞으면 번복해선 안 되고, 맞지 않으면 번복해도 된다는 정부의 인식을 여실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 큰 실망과 불신을 느낄 수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최두선·도청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