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력' 장애인 처벌 논란

천안 서북署, 장애심해 불구속입건 방침 주민들 “제2·3의 피해 우려”… 대책 촉구

1급 장애인이 길을 가던 여대생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폭력'을 벌였지만 장애정도가 심해 처벌이 어렵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천안 서북경찰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3시께 천안 쌍용동 N대학교 후문에서 귀가하던 이 대학 여대생 이모(21)양이 뒤따라오던 이모(46)씨가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었다.

당시 이양은 같은 대학 과선후배 모임을 가진 뒤 동료들과 귀가 중에 이씨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뒤따라와 문구용 칼로 양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혔다.

무방비 상태에서 이양이 당하자 이 양의 동료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이씨를 제재했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하지만, 피해 여학생과 동료들은 이씨의 묻지마식 범행은 “장애인이란 이유로 경찰의 미온적 대처에 의한 것”이라며 분통해하고 있다.

이들은 “새벽 시간에 이씨가 만취한 상태에서 고성방가하다 경찰이 출동한 것을 목격했다”며 “당시 이씨가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렸지만 잠시 후 이씨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경찰이 곧바로 철수한 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지역 주민과 학생들 모두가 염려하는 것은 처벌할 수도 합의할 수도 없는 이씨를 그냥 귀가조치시킨 것”이라며 “제2, 3의 피해자가 생길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불안해 하고 있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이씨를 검거했지만, 하반신 마비의 1급 지체 장애인으로 처벌이 어렵자 신상파악만 한 뒤 귀가조치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이면 당연히 구속영장을 신청할 중대 범죄였지만 이씨의 장애 정도가 심해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며 “특히 홀어머니(82)와 단둘이 사는 이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여서 합의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김한준 기자 hjkim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