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충청을 넘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미 충청 한계를 극복한 것이니 이미 충청이 결집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충청을 결집하기 위해서 충청의 틀을 넘어서야 된다는 것이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충청의 정치세력은 자민련 이후 충청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 실패했다. 그리고 자민련의 몰락은 결국 충청의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민련 이후 등장한 국민중심당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국민중심연합도 충청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충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변방으로 내몰렸다.
이런 이유는 물론 자민련이 JP라는 맹주의 역할이 있었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중심당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국민중심연합은 자민련이 가졌던 경기, 강원, 경북 등에서 지지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JP에 의한 DJP연합은 단순히 JP의 정치적인 입지와 위상을 강화해 준 것만이 아니라 수권세력으로서의 충청의 결집을 이루어낸 것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충청의 결집을 통해서 충청의 한계를 극복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충청의 틀을 넘어서면서 충청이 집결되고 결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DJP연합이 깨짐과 함께 자민련은 몰락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충청의 결집 역시 깨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민련의 뒤를 이은 국민중심당은 충청의 단결과 결집을 통해 '충청의 힘으로 나라를 바꾸자'고 했으나, 전국정당화에 실패하고 충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후 충청을 기반으로한 전국정당의 망령(?)은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가 자유선진당을 공동으로 창당했지만 결국 전국정당화를 이루지 못하고 대전과 충남의 정당으로 충청권의 결집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충청을 기반으로 창당한 정당이 충청권조차 결집하지 못한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충청의 한계에서 충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충청의 정당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 다시 통합한다고 한다. 이 통합을 보고 일부에서는 충청의 대통합이라고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보수대연합은 아니라도 보수소연합 정도는 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자유선진당은 비록 이회창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했다고 해도 이회창 대표의 당이고, 국민중심연합은 심대평 대표의 당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통합을 충청의 대통합이나 보수소연합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다.
이번 통합이란 것에 새로운 무엇인가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양당은 이번 통합을 이루어낸 다음 새로운 정당이나 정파와 새로운 연대 혹은 연합 또는 합당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대표를 보더라도, 그 과정과 이유가 어찌되었건 3번의 대선에서 실패하고 자유선진당 대표에서 물러난 것만을 보면 이회창 전 대표는 분명 실패한 정치인이며, 심대평 대표 역시 성공한 행정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치인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의 형태가 어찌되는가에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두 정치인은 새로운 정치적인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만약 충청의 통합을 이루어 충청이 전국의 중심이 되는 지형적 위치에 걸맞게 한국정치의 중심이 된다면, 현재와 같은 영·호남 중심의 정치지형에 새롭게 충청이 중심을 잡고 바른 정치를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역주의를 깨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전, 충남·북을 아우르는 충청의 결집이 가능할 것인가에 있다. 진정으로 충청권의 결집을 위해서는 충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충청만의 정당이 아닌 적어도 다음 정부에서 수권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심대평 대표의 국무총리 논란이 충청의 수권세력화를 위한 단서가 될 수도 있었고, 또한 이렇게까지 추락한 MB정부의 실패를 가져오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논리적인 생각도 든다. 아무튼 충청의 결집을 위해서는 충청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통합정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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