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천수만간척지 3만㎡의 논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58·부석면 창리)씨는 여름 내내 내린 비로 줄무늬잎마름병과 잎집무늬마름병 등 벼 병충해가 발생해 애를 먹었다.
농약을 줘야하는데 볕드는 날이 없다보니 병충해는 더 번져가고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농사를 망쳤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열흘 넘게 비가 그치고 늦더위가 이어지자 김씨는 농약도 주고 비료도 주고 해서 병충해를 겨우 잡았다. 까맣게 타들어 가던 김씨의 가슴도 이제서야 어느정도 진정이 됐다.
전국적인 양배추 주산지인 서산시 팔봉면에서 양배추를 심는 농민 박모(66·팔봉면 양길리)씨는 올 여름 잦은 비로 5000㎡에 심은 양배추를 그대로 갈아엎고 최근 고구마를 심었다.
여름무로 시장공략을 노렸던 농민 이모(63·고북면 기포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잦은 비로 무썩음병이 생겨서 단 한 개의 무도 시장에 내놓지 못한 채 최근 가을배추를 모종했다.
이씨는 “여름무는 그렇다 치더라도 새로 심은 가을배추라도 잘 자라야 할 텐데 입추 지나서도 계속 비가 와서, 정말 미칠 지경이었지만, 요즘 들어 날이 괜찮아져서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서산생강도 여름내 내린 많은 비로 뿌리썩음병이 번지면서 뿌리는 썩고 입과 줄기만 무성히 자라는 기형이 발생하며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 늦더위와 함께 토양이 마르면서 작황이 호전되고 있다.
한편, 서산시는 예년의 7~8월 평균강우량이 500여㎜인데 반해 올해는 750㎜가 넘는 7~8월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서산=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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