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지역사랑' 대전 역사·문화발전 이끌어

'뜨거운 지역사랑' 대전 역사·문화발전 이끌어

1951년 '지역사회 개발·인권보호' 가치담아 창간 농협·정부청사·대전고법 등 지역개발 밑거름 단초

  • 승인 2011-08-31 12:38
  • 신문게재 2011-09-01 12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창간 60주년]지역민과 함께한 발자취


1951년 8월 창간 당시 이웅렬 사장은 창간호를 통해 “지역사회개발과 인권보호가 우리의 할 일”이라고 선언했다. 사시(社是)에도 '엄정중립·신속정확'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과 함께 '지역사회개발'이라는 가치가 담겼다.

전쟁의 와중, 당시로서는 개념 조차 생소했던 지방화를 인권보호라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함께 선도적으로 제기했던 것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등장한 '지역사회개발'은 말하자면 하나의 신조어였다. 중도일보의 60년 역사는 이런 창간의 정신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는 지역개발의 역사이자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 가치는 중도일보가 걸어 온 길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중도일보가 함께 한 충청 60년, 지역개발의 역사

한국전쟁이 끝나자 이웅렬 회장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1960년대 중도일보 간판 옆에 나란히 나붙기 시작한 각종 개발사업 팻말은 지역개발을 선도해 온 중도일보의 역사를 상징한다.

정부청사대전유치추진위원회·충청지역개발협회·계룡산국립공원개발협회·금강주류-서해안개발추진위원회·충무체육관건립추진위원회·농민의집건립추진위원회·대천선-조판선-대전공작창유치추진위원회·충청남도종합개발추진위원회·대전교육대학설립추진위원회·아산만지역개발공사·대전고법-고검추진위원회·대전공업단지추진위원회·대전천도추진위원회·서해안조력발전추진위원회·비인임해공업단지추진위원회·충청은행설립추진위원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각종 협회와 추진위원회가 그것이다. 60년대 본격적으로 지면과 실질적인 추진 활동을 통해 등장한 이 사업들은 중도일보가 함께한 충청 지역 발전의 핵심 어젠다였다. 더러는 이삼십년을 기다려야 했던 것들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사업은 대부분 결실을 맺으며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중도일보가 지역사회개발의 시급한 현안으로 가장 먼저 제시했던 것이 바로 농협의 설립이었다. 1956년 9월 중도일보에는 2회에 걸쳐 '농업금융이 절실하다'는 시리즈가 실렸고, 이는 5년후 농협 탄생의 길을 여는 단초가 됐다.

1961년에는 '충남대 국립이관을 조속히 실현하라'는 제하의 사설이 실렸고, 1967년 7월 22일과 23일에는 정부청사 대전 유치와 대전고법 유치를 촉구하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대전고법은 이 기사가 실린지 25년만에 정부대전청사는 30년만에 터를 잡았다. 단기간안에 결실을 본 사업들도 많았지만 추진과정에서는 역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계룡산국립공원개발협회가 발족돼 국립공원 승격을 추진하던 60년대 중반, 정부청사 유치나 서산ABC지구 간척 사업 등 시일이 걸릴만한 사업들에 앞서 먼저 손을 댄 것이 바로 이 사업이었다.

1966년 당시 이웅렬 사장은 추진위원장을 맡아 계룡산국립공원추진위를 결성하고, 계룡산의 역사와 사찰, 생태계를 조사해 집대성, 이를 근거로 정치권을 설득했다. 당시 호외(號外)까지 준비하며 승격을 장담했지만 예상치 못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국립공원 승격은 한번 좌초됐고, 68년 12월에 가서야 계룡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충청은행 설립은 60년대 중도일보가 일군 대표적 성과였다. 1967년 이웅렬 사장은 발기인 대표를 맡아 지역 경제인을 규합, 지방은행 설립에 나섰지만, 자본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설립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난관에 굴하지 않고 당시 김종희 한국화약 대표와 최준문 동아건설산업 회장 등 충청출신 재경실업인들의 주식 인수를 이끌어내며 68년 2월 창립총회를 연 뒤, 같은해 4월 22일 역사적인 향토은행의 설립을 맞는다.

당시 충청은행 설립의 취지는 '지방의 자금은 지방으로 모여지고, 지방에서 쓰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66년 추진위를 구성해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충무체육관 건립, 서산ABC지구 사업 등이 모두 여론을 선도한 중도일보와 지역민이 함께 이룬 역사적 성과들이다.

'대전 천도, 중도시대 열자'… 지방화 선도, 반세기를 앞서간 선견지명

특히 이미 1960년대 중도일보가 추진위까지 구성하며 대전천도론을 들고 나온 것은 반세기를 앞서 간 선견지명이라 하겠다. 비록 행정수도 건설은 무산됐으나 정부청사 대전이전을 이끌어냈고, 국토의 중심 충청의 시대, '중도(中都)의 시대'를 새롭게 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일보가 천도 문제를 꺼내 든 것은 1966년 이웅렬 사장이 위원장을 맡은 '대전천도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였다. 이웅렬 사장은 66년 6월 27일 '대전 천도를 제안한다'라는 사설을 통해 50년대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천도의 당위성을 집약적으로 요약해 제시한다.

당시 이러한 제안은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으며, 이 사장이 중심이된 천도추진위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설득 작업을 벌여 나갔다. 그러던 와중 1971년 대선에서 신민당 김대중 후보가 '대전 부(副)수도론'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쟁점으로 부상했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77년 정부의 수도권 인구 재배치 계획에 따라 마련된 임시행정수도 건설 구상도 결국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1999년 본보 창간 48주년 특별회견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고 이웅렬 회장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며 건넨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당시 김 대통령은 이기창 사장에게 복간 이후 회사 상황을 물은 뒤 중도일보 강제폐간 당시의 일을 회고하며, “지난 1971년 대선때 대전을 행정부수도로 할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는데, 이 회장만이 이를 지지하는 바람에 정권의 미움을 받아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에도 한 차례 행정수도 건설 계획이 언급됐으나 구체화 되지 못했고, 중도일보는 88년 9월 복간과 함께 다시 정부청사 이전의 당위성을 앞세워 민간 차원의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는 결국 1990년 9월 노태우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및 외청 재배치 계획으로 나타났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이어져 오늘날 대전정부청사 시대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중도 시대'의 서막으로 나타났다.

지역발전을 선도한 중도일보의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지역개발을 주창한 선구자적 정신은 암울했던 시기를 관통하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제는 금강시대'라는 연중 기획을 통해 다양한 지역발전 이슈들을 제기했고, 신행정수도 건설이 대두된 이래 2004년 12월에는 이틀에 걸쳐 9만부의 행정수도 이전 특집타블로이드판을 발행하는 등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가치를 지키고자 혼신을 다했다. 최근까지도 세종시 수정 논란과 과학벨트 입지 선정 논란의 과정에서 '대전에 중도(中都)'를 건설하자는 창간의 기치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역사랑으로 꽃피운 문화사업

중도일보의 지역사랑, 지역개발의 정신은 말그대로의 개발사업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역민의 정신을 살찌우는 각종 문화사업과 당시로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문화행사들을 이끌어 왔다. 그것은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이어가는 한 축이자 지역의 자랑이었다.

1966년 중도일보는 은막의 스타들이 총 출동한 가운데 백마영화제의 첫번째 막을 올렸고, 7년 간이나 이 영화제를 이어갔다. 당시 이 영화제에는 내로라하는 당대의 스타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제에서 남녀 주연상을 받은 배우들이 바로 김진규·최무룡·장동휘·김희갑·박노식·도금봉·황정순·문정숙·태현실·전계현 등 당대를 휩쓴 스타들이다. 또 배우 문희는 백마영화제 신인상을 받은바 있고, 함께 치러진 백마가요제에서는 박재란·김상희 등이 수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시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치러지던 굴지의 영화제와 가요제도 1973년 강제 폐간에 따라 72년 각각 제7회와 제5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마지막이 된 제7회 백마영화제에서는 배우 허장강과 고은아가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으며, 백마가요제의 마지막 최우수 남녀가수상 수상자는 나훈아와 이미자였다. 당시 백마영화제와 가요제는 영화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및 조연상, 특별연기상, 남녀인기탤런트상, 가요 최우수 제작상 및 남녀가수상, 민요가수상, 신인 남녀가수상 등 수상 부문만 해도 10여개가 넘는 상당한 규모로 치러졌다.

비슷한 시기 3·1절을 기념해 추진된 전국학생문예공모전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중도일보 학생문예공모를 거친 이들에는 송하섭·홍희표·윤채한·임선묵·강위수·김만석 등이 있다. 60년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 '속솔이 뜸의 댕이'로 등단한 작가 이규희씨도 중도일보 학생문예공모전 출신이다.

이렇게 시작된 중도일보의 문화사업은 복간 이후에도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역사와 전통으로 이어졌다. 충남도지사기 민속대제전과 바둑왕전을 비롯해 보령머드풋살대회, 공주금강풋살대회 등 각종 문화체육 행사와 함께 정보통신봉사상, 금강환경대상, 이동훈미술상 등을 개최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의 예술혼과 지역민의 봉사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츠대전 국제축구대회'는 시민구단 대전시티즌과 함께 '축구도시 대전'의 명성을 드높이는 중도일보의 대표 사업이 되고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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