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객이 전도된 심야교습 제한

내년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조례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도의회가 조례 개정에 앞서 학생 건강권 확보와 사교육비 절감보다 학원 눈치 보기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현재 대전시·충남도의회에 계류 중인 조례안이 통과해도 적잖은 문제점이 파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용지물' 지적까지 있다.

심야 교습시간 제한은 건강안전권 보장 차원에서 다룰 사안이다. 학원가에서 주중 단과반 수업을 대신해 토요일 종일반 등으로 주말반을 개설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 반할 수 있다. 물론 환영하는 쪽과 우려하는 쪽이 너무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저소득층에서는 또 한 번 교육 수요의 불평등이 불거질 상황이 됐다.

만약 학원가를 의식해 조례 개정을 미룬다면 안 될 말이다. 학원으로서는 평일 방과후 학교나 심야교습 규제로 인한 영업난 타개를 들어 주말반으로 대체해야 메울 수 있다는 논리를 펼지 모른다. 하지만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의 개정 의미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다른 무엇보다 개정될 조례가 주5일 수업제 취지에 배치되지 않아야 한다.

2009년부터 추진했던 조례 개정안이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전국 대부분의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보류된 것도 다분히 표를 의식해서다. 이를 부인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업계 눈치 보기로 조례 개정안에 제동이 걸렸다면 당장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학원가에서는 시·도의회와 교육청이 심야교습시간을 단축할 경우 주말 종일반 개설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조례 개정 취지마저 상실될 게 뻔하다. 조례 개정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의 건강권 확보에 둬야 한다. 교육당국도 공교육 내실화에 나서 학교공부만으로 가능한 학습환경 개선에 뜸을 들여서는 안 된다. 주5일 수업제로 학원 수요만 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유엔 사회규약위원회의 권고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조례 개정안 통과를 서두르기 바란다. 사교육비 경감이 대표적인 친서민 교육정책이라면서 이렇게 미적거려선 안 된다. 토요일 종일반으로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사교육비만 늘린다면 안하느니만 못한 제도다. 주5일제 전반에 대한 보완과 함께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