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를 의식한 시·도의회의 눈치보기로 개정안 처리가 미뤄진데다가 학원들은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로 인해 심야교습 대신 주말반으로 대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원가로서는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따라 토요일 등 주말반을 운영하면 심야교습이 제한되더라도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30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사설학원의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 조차 찬반의견이 엇갈렸고 이를 빌미로 시·도의회는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시·도의회는 찬반 설문조사나 의견수렴 등 보다 정확한 자료 확보를 위한 절차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학원가의 표를 의식한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의회에서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 개정안 처리와 관련, 학부모나 학생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요청해 7곳의 단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 결과를 전달했다”며 “심야교습을 제한하고 있는 일부 타 시·도의 장단점을 살펴 올바른 판단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끌기와 학원가의 눈치보기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도의회는 마찬가지로 2009년 비슷한 시기에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아직 의회에 계류중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009년부터 조례 개정이 추진됐지만 의회에 상정만 됐을 뿐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추후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도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 조례 개정의 목적인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의 건강권 확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학원들은 교습시간 단축에 따라 주중 심야에 하지 못한 수업을 토요 주말반으로 몰아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전 A학원 관계자는 “현재 학교 수업이 있는 토요일의 학원 수업시간은 오후 1시 이후부터 시작되지만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토요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며 “학생이 학원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데 주중에 못한 수업을 주말에 보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2)씨도 “학원이 주말반 등을 운영해 수업시간을 늘리면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학생들 역시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다”며 “실효성 없는 제도보다는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비 절감의 해결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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