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은 30일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대형 일자 드라이버와 '빠루(노루발못뽑이)' 등 건설공구를 이용해 37차례에 걸쳐 전국의 고급아파트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 5억여원에 달하는 금품을 훔친 장모(39)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이모(37)씨를 추적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출입문에 번호키가 설치된 아파트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일자드라이버를 출입문 틈에 밀어 넣어 번호키 잠금장치 등을 파손시켜 집안으로 침입하는 수법을 썼다. 최근에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출입문에 번호키가 설치돼 경비시스템이 완비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범행에 취약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또 경찰 수사 결과 일부 번호키 잠금장치의 경우 전자충격기로 충격을 가하거나 철제봉에 휴대폰 카메라를 달아 우유투입구로 밀어 넣어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수법으로도 열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키 제작 업계에서도 이같은 허점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2005년 이전에 생산된 제품으로 KPS(공산품자율안전확인제도) 인증을 받지 않은 출입문 번호키의 경우, 전자충격에 의한 시건장치 해제현상이 발견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출입문뿐만 아니라 인터폰으로 출입자를 확인하고 열어주는 방식인 아파트 1층 현관 역시 완전히 절도범을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공구를 이용해 출입문 번호키를 파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수사과정에서 확인됐다”며 “출입문 보강장치를 설치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아파트 경비시스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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