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마다 글방이 있어서 마을을 책읽는 소리로 가득 채우기도 하였다. 마을마다 회초리를 들고 책읽기를 독려하는 훈장선생님이 계셨다. 훈장선생님은 대개 친구들의 아버지고 할아버지였다. 그만큼 책을 소중히 하였기 때문에 긴겨울이나 장마가 지나고 난 화창한 봄날이나 가을날에 책을 햇빛과 바람에 쏘여 잘 말리거나 손질하는 거풍을 한해의 행사처럼 실행하였다. 책보존기술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책을 보관하는 책장이나 책괘, 책반다지 등을 마련하여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여 후세에 전해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도 보물을 대하듯이 책보자기에 정성스레 싸서 가지고 다녔다. 물론 서양풍의 가방이 들어오기 전이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책보따리를 허리춤에 매거나 어깨와 등에 둘러 메고 책보따리의 끈을 가슴 한복판에 질끈 동여매고 다녔다. 책과 도시락을 함께 싸서 메고 다니다가 반찬국물이 흘러 책이나 옷을 적시게 되어 난감했던 기억도 새롭다. 도시락을 다먹고 넣어 놓은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걸음걸음마다 박자를 맞추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가 들고 다니거나 양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방이 등장하면서 책보따리를 정성스럽게 싸거나 빈도시락의 낭만어린 박자 맞추는 소리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이제는 책가방인지 등산용가방인지 구분이 안가게 되었고 분리수거장에 버려지는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면 왠지 서글퍼지기도 한다. 오늘 하루쯤 손때묻은 학창시절의 책장을 넘기면서 책보따리를 메고 딸랑딸랑거리면서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던 옛추억에 잠겨보면 어떨까?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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