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장 |
대한민국은 작년 3월 북한의 무법적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과 46명의 병사를 잃고 그로부터 8개월 후 연평도 기습 포격 앞에 다시 맨몸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북한은 21세기 벌건 대낮에 아비가 아들에게, 그리고 그 아들이 제 아들에게 나라를 물려주는 나라다. 주민의 양식 댈 돈을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에 털어 넣어 허기에 지친 제 백성이 국경을 넘어 남의 나라 땅에서 구걸하도록 내몰고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국민은 이 나라답지도 않은 나라의 행패에 세계 7위의 수출 대국,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이렇게 연거푸 어이없이 당하고 만 현실이 분하고 허탈하고 부끄러웠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는 분단 시대에 자신을 지켜내는 안보를 넘어서서 민족이 하나 되는 통일 시대로 건너가는 안보의 기틀을 닦아나가야 할 때다.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된 이후 처음 겪은 분열의 시기인 후삼국시대(892~936년)도 44년 만에 통일을 맞았다.
1945년에 시작된 제2의 분단시대가 벌써 66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작이 있는 것에는 끝도 있기 마련이다. 분단시대의 끝이 아직 멀다면 우리가 가깝게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사명이고, 지난 66년간 형기 없는 무기수처럼 징역을 살아온 2400만 북한 동포에게 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동포애이기도 하다.
지금 한반도는 김정일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2012년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김정일의 선군주의에 깔린 북한 경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10년 마이너스 성장 시대를 거쳐 그때쯤이면 최악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김정일이 2012년 강성대국 원년 선포식에서 굶주린 북한 주민에게 보여줄 강성대국의 증거는 핵무기와 미사일, 방사포와 탱크의 행렬뿐이다.
바로 그해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우리의 고치기 어려운 병인 '안보 포퓰리즘' '복지 포퓰리즘' '대북 편향 포퓰리즘' '교육 포퓰리즘'이 그때 거리마다 유세장마다 흘러넘칠 게 훤히 보인다. 김정일은 남쪽의 이런 모습을 강성대국에 보내는 남쪽의 성원 박수라고 둘러대며 북한 주민을 속이려 들 것이다. 그 결정적 시간에 이 땅의 정치를 심판해 옥석을 가려낼 힘은 국민의 힘밖에 없다.
내년 12월 19일 다음 5년을 맡길 새로운 지도자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한반도와 그 주변 동아시아를 둘러싼 강대국의 전략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져야한다. 국민 역시 올 한해 그런 눈으로 후보를 채점해 나가야 한다.
한 국가의 안보는 현재의 정확한 정세 판단과 함께 미래의 정세 변동에 대응할 유연성을 열어놓을 수 있을 때 가능한 법이다. 미래를 현재로 착각해 경박하게 서둘거나 현재에 고개를 파묻고 미래의 변화를 놓치면 언젠가는 안보적 재앙을 불러오고 만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숙제는 한반도 안정의 기본축인 한·미동맹의 울타리를 더욱 튼튼하게 치면서 중국을 향한 문도 같이 열어둘 지혜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엔 선거가 없는 올 한 해, 한반도 정세를 더 높은 곳에서 깊고 넓고 멀리 내다보며 오늘의 안보와 내일의 통일에 대비하는 통찰력을 갖춘 외교의 힘을 길러내는 것보다 절실한 일이 없다. 우리가 나라의 안보를 다시 세우고 내일의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나가는 것도 그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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