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문제에 불을 지핀 것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였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학생과 학부모는 '설마' 하면서도 '이번엔 혹시' 하고 기대를 가졌던 게 사실이다. 정부도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도 어떤 식으로든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를 나타내 이번엔 뭔가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고지서였다.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말을 꺼내지나 말든지 약속했으면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물론 사립대학 적립금이나 부실대학 퇴출 등은 반값 등록금 문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감사원의 대학 200여 곳에 대한 등록금 산정 기준과 재정 운용 감사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본질은 어디까지나 반값 등록금 실현이다. 어떤 식으로든 등록금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어야 옳다. 변죽만 울리고 있어서야 어느 세월에 등록금을 낮출 수 있겠는가. 그나마 이제는 등록금 인하 문제를 까맣게 잊은 듯하다.
정치권이 이러니 눈치를 보던 대학들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한 태도다. 하다못해 장학금 규모라도 늘린 대학은 손꼽을 정도다. 학생들은 다시 거리로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전 비상대책회의는 2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갑천변에서 토론회를 갖는다. 학부모 단체도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늦어도 내년 신학기부터는 등록금 인하가 현실로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충당하느라 학부모의 허리는 휘고 대학생들은 학업을 뒤로 하고 이리저리 뛰는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몇 달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등록금 인하 문제를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낼 수는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