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시청팀장 |
그런차에 최근 귀를 의심할 만한 소식을 들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불법노점상이 지난 22일부터 사라졌다는 것이다.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던 사안이 해결됐다니 자초지종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불법 노점상들이 등장한 건 1980년대 중반부터다. 초기 소수였던 불법노점상들은 올해 2월 전국 164개 휴게소에서 382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임대료와 세금안내고 장사하는 노점상들에게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매력 덩어리일 것이다.
그러나 정당하게 세금내는 휴게소 운영자에겐 이들이 눈엣가시이고 고속도로 이용객도 주차장 요지 일부를 떡하니 차지하고 장사하는 불법노점상들을 호의적으로 봐줄 수는 없었다. 일부 국민들은 법을 무시하는 노점상들의 안하무인격 상행위에 이 나라가 제대로 된 법치국가가 맞느냐며 이를 근절하지 못하는 관계기관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도로공사와 휴게소협회도 손을 놓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2001년 휴게소협회는 고엽제전우회와 용역을 맺고 단속을 시도했으나 노점상들의 극렬한 반발로 실패했다. 도로공사도 지난 3월 불법노점상 근절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휴게소 불법노점상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거세지자 노점상들은 위기감을 갖고 협상테이블에 나왔고 이해당사자끼리 한발씩 물러나 공생방안을 찾게 됐다.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자, 노점상 대표 등 3자는 3월부터 4개월간 12차례 협상을 벌인끝에 노점을 철거하는 대신 휴게소안에 설치한 잡화코너 '하이숍'에 입점,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다. 수십년간 고질화됐던 문제는 이렇게 해결됐다.
이번 고속도로 휴게소 불법상행위 문제 해결은 '공생발전'의 국가적 화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을 준수하는 틀에서 약자를 보듬으며 이해당사자끼리 상생방안을 찾는 수범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생발전' 사례는 지역에도 크게 확산돼야 한다. 그렇지만 이 지역에선 씁쓸한 소식만이 들려온다. 대전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이나 연구소, 유통시설 등의 시설관리 용역은 두 곳 중 한 곳이 지역업체가 아닌 서울 등 외지업체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대상의 입찰이다보니 지역업체가 낙찰받는데 한계가 있어 나타난 현상이지만 지역업체를 배려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입찰조건에 지역업체와의 컨소시엄 참여때 가산점 부여 등을 통해 지역업체 참여기회를 넓혀줬으면 좋겠다.
특히 지역에 내려와 돈을 긁어가는 대형유통업체와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은 지역과 공생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거대자본으로 지역상권을 휩쓸면서 골목상권과 소상공·자영업자들의 입지를 어렵게 해 골목상권 몰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환원과 지역민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
지역민에 가까이 가고, 지역과 상생하겠다고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지역경제에 보탬되도록 실천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길 지역민들은 바라고 있다.
지자체도 '공생발전'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기업 수주 관급공사에 지역업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아파트 건설업이나 제조공장, 유통업 등 대전에서 돈을 벌기위해 타지에서 온 사업자들은 여타지역에 비해 충청도에서 사업하기 좋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좋게 풀이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만족한다는 것이지만 그 속뜻은 관공서의 인허가 업무과정에서 덜 시달리고 이익을 거둔 만큼 지역에 환원하라는 압박을 세게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타 지역에선 '통과세' 내듯 알아서 지역기여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 충청지역에선 이런 소리를 할 때 지역민들은 치욕감을 느낀다. 각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상생발전하는 모습을 자주 볼 때 '공생발전'의 의미도 빛을 발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