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이밖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CJ 제일제당, 대한항공 등 대기업은 물론 교육과학기술부도 하반기부터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과 국립대 등에서 일할 기능직 인력의 절반을 고졸자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립병원, 교원공제회 등도 고졸채용목표제를 도입하여 총 380여 명의 고졸자를 뽑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80%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고졸자 대학 진학률을 기록해온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 인플레를 우려해오던 터라 최근 대기업이나 국영기업체 등으로부터 일고 있는 고졸자 채용 붐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고졸 취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갑작스런 고졸 취업에 올인하는 듯한 태도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정원을 마구 늘려놓고 졸업생의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최고 우선 잣대로 삼고 있는 정부가 난데없이 고졸 취업의 기치를 들고 나선다면, 그 많은 졸업생들의 취업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의 형국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고졸 취업 촉진정책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대통령의 '공정사회' 정책의 일환으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균등한 기회와 공정경쟁을 확립하여 약자를 배려한다는 높은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관심도 여하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고졸 취업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책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대책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요청으로 몇 개 기업이 일시적으로 고졸자들의 채용 인원을 늘리는 형식으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수차례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우선 고졸 취업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취업자 측면에서 보면 대졸자와 너무 큰 보수의 격차 때문일 것이다. OECD 국가 가운데 고졸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대졸임금은 160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과장 이상의 간부의 길도 요원하다. 그러니 기를 써서 대학을 나오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채용자의 입장에서는 고교 교육의 부실화(실업 고교도 입시 위주 교육만 시킴)로 직무능력의 현격한 미달 현상 때문에 대졸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같은 격차를 메워주기 위한 전문대학이라는 형태의 직업교육훈련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도 이미 유야무야한 상태다. 대부분의 전문대학들이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리기 보다는 4년제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어 교과과정을 3년제, 4년제로 개편하다보니 이제 더 이상 2년제 직업교육 전문학교로서의 의미는 사라진 것이다.
전체 고졸자의 수와 맞먹는 현재의 대학정원수도 문제인데 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앞으로 4~5년 후에는 고졸자 수가 대학정원의 75% 이하로 줄어든다는 통계는 커다란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대학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초·중·고교 등 모든 학교를 포함하여 각종 어린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산업에조차 위기를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에서는 대학구조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연내 15%의 대학을 문닫게 하겠다고 으름짱이다. 대학들 역시 몸집줄이기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정원 감축정책이나 고졸자 취업정책 등은 따로따로 추진할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고졸 취업 촉진 정책을 보면서 정부의 정책은 모든 사항이 난마처럼 뒤얽혀 있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으로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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