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성 한국한문교사대전연수원 교수 |
친구의 꿈 얘기를 들으면서 옛날 일화가 떠올랐다. 어느 깊은 산사에서 스승과 제자가 교교한 달빛아래 흔들리는 갈대 숲길을 걷고 있었다. 어린 제자가 스승에게 “저는 요즘 너무 힘듭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이 요동치며 왔다갔다 합니다. 그 마음을 붙잡아주세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스승은 “이놈아, 그 왔다갔다 하는 놈은 그렇다 치고, 왔다갔다 하는 줄을 아는 놈도 그러냐? 그놈을 찾아라!”라고 호통쳤다. 그 말에 제자는 깨우쳤다.
거지 꿈을 꾼 친구에게 옛날 일화를 인용하여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것은 그렇다 치고,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아는 그놈을 찾아라”고 충고해주었다.
성현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지니고 살아야 할 마음으로 삼심(三心)을 들었다. 동심(童心:때 묻지 않고 천진한 어린이 마음), 양심(良心: 정직하고 악을 모르는 선량한 마음), 농심(農心:소박하고 부지런한 농민의 마음)이 그 것이다.
어찌 보면 맹자가 말한 성선설처럼 사람은 태어날 때 천진한 동심을 지니고 나왔으리라. 하지만 살벌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살기 위해 악해져버린 것이다.
돈과 권력은 인간의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는 마술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악착같이 쟁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가 되어 버렸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인간의 안에는 온갖 생각과 습관이 잠재되어 있다가 악한 행동으로 나온다. 그래서 선인들은 인성교육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살아난다)이라는 가르침으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근본이 사람마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근본이 무너지면 개인도 사회도 나라도 망조가 든다.
지금 세상은 돈과 권세에 돌아버린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99억 원 가진 부자가 100억 원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부정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농민을 비롯한 대다수 서민들은 올 여름 이상기후 속에서도 힘들게 자리를 지켜가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변두리 마을에 가면 가진 게 적어도 웃으면서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올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共生)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공생발전은 영어로는 생태계적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란 뜻으로 자연의 생태계처럼 경제사회에서도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공존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공생발전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시장경제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고민이 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고졸자 선취업과 후진학, 종합적인 비정규직 개선대책, 골목상권 보호 정책,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다.
말과 계획은 참 좋은 발상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위정자들이 책임 있는 말을 해놓고 임기 내에 가시화해야 하는데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서 뱉어버린 '대학 등록금 절반'운운 하는 것도 선거용인지 몰라도 순진한 대학생과 학부모를 농락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한국사회는 사람들의 성질이 급해 자살과 이혼이 세계 선두권이고, 수없이 몹쓸 사건도 터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는 것은 아직도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 절반은 넘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집마다 학교마다 인간교육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비뚤어나가는 아이들을 방치하지 말고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마을 어르신과 학교 훈장의 권위를 찾아주어야 한다.
모두 함께 사람냄새 나는 세상 만들기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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