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도 기업도 '씁쓸한 추석'

대전·충남 8500명 체불임금 333억 달해… “상여금은 커녕 급여도 막막”

#1. 대전의 한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올해 유난히 빠른 추석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지난 3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서 “명절에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푸념했다.

#2. 지역 중소기업 대표 B씨 역시 올해 추석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명절 상여금은 고사하고, 직원 급여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B씨는 “제품을 판매한 물량의 대금수급이 되지 않아 직원 월급 줄 일이 걱정이다”면서 “주위에서 명절 때 상여금을 넉넉히 챙겨 주는 회사를 보면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민족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2주일여 앞두고, A씨와 같이 사업장에서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대전·충남지역에만 8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전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대전·충남지역의 체불사업장은 모두 4020곳에, 체불근로자는 8570명으로, 이들 근로자의 체불액은 333억56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대전노동청 관할구역(대전, 공주, 논산, 계룡, 금산, 연기)의 체불액이 181억5300만원으로 대전·충남지역 전체금액의 절반을 넘었다. 대전청 관할 체불사업장은 2083곳에 근로자수는 4215명으로 조사됐다.

이어 천안지청(천안, 아산, 예산, 당진)이 109억2600만원(3096명)을 기록했고, 대전청과 천안지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충남 7개 시·군)을 관할하는 보령지청은 42억7700만원(1259명)으로 나타났다.

대전노동청은 최근 추석명절을 앞두고 체불제로 서비스팀 소속 근로감독관들이 '체불임금 청산 지원 전담반'을 구성해 운영(8월22일~9월9일)하며, 지역 사업장의 체불임금 청산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체불임금 전담반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하루 평균 70명 안팎의 임금체불 근로자들이 노동청을 찾고 있다.

대전고용노동청 한 근로감독관은 “지역 사업장의 체불임금 최소화를 위해 건설현장 하도급 대금 조기지급 협조를 요청하고, 체불임금 청산 중인 사건의 경우 사업주에 추석 전에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협조문을 발송하고 있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지역 임금체불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