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이때쯤이면 또하나의 광경이 펼쳐진다. 보리걷이를 끝내자마자 이어서 담배와 고추, 콩이나 참깨, 들깨 등을 밭에 심는데, 지금쯤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밭을 조금이라도 더 이용하기 위해 밭고랑 사이에 열무를 갈면 연하고 맛있는 열무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다. 한정된 밭에서 해마다 많은 수확을 하기 위해 거름을 하기도 하고 건너짓기도 한다. 화학비료나 농약이 생겨나면서 병해충을 방제하거나 수확량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흙이 산성화하여 오히려 작물이 크는데 방해가 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예전 농사짓기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름하여 유기농법이라 하는데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거나 적게 쓰는 농사짓기다. 얼마전까지 우리 겨레가 자연에서 얻은 거름을 쓰는 농사짓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풀과 검불과 볏짚재 등을 짐승이나 사람의 똥과 오줌을 섞어 잘 썩혀서 거름으로 썼다. 썩히지 않는 똥과 오줌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단단한 껍데기로 싸여 있는 목화나 수박씨 등은 싹을 틔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볏짚재와 똥과 오줌에 재워서 겉껍데기를 무르게 하여 씨를 심으면 싹을 틔우기가 쉬웠다.
자연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들을 유인하여 씨를 먹게 한 다음에 멀리 날아가면서 숲속에 똥을 싸면 그 속의 씨들이 싹을 틔워 번식하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개똥참외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참외다. 콩을 심은 뒤에 콩밭에 거름을 준다. 이 거름속에 들어 있는 참외씨가 콩밭에서 싹을 틔우고 참외가 익어간다. 그런데 이 참외는 그 시기가 초가을에 접어들어 맺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한 동네 악동들은 개똥참외를 찾으러 콩밭을 헤짚고 다닌다. 콩잎과 줄기가 무성한 콩밭에서 개똥참외를 찾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개똥참외를 찾고 나면 그 지점을 잘 알 수 있도록 해놓고 관리하면서 개똥참외가 익기를 기다린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아이가 먼저 따먹는 경우도 있다. 개똥참외는 덜 익었다 해도 꿀맛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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