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조들의 사생활 |
그런데 한번은 암행어사라는 것이 소문이 다 나버린 사연이 있었다. 아기 기생인 가련이 퍼뜨린 것이었다.
이광덕은 물었다.
“내가 암행어사로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저희 집이 함흥거리에 있사온데, 어느 날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까 두 걸인이 나란히 앉아 있더군요. 그런데 한 걸인은 행색이 다른 걸인과 다름없었지만, 두 손은 옥같이 희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를 정말 걸인일 것 같으면 손이 저렇게 옥같이 흴 수가 없을 것인데 하고 의심하고 있을 즈음에 또 그 걸인이 옷을 벗고 이를 잡았어요. 이를 다 잡았는지 다시 옷을 입으려 하니까 곁에 있던 걸인이 공손하게 거들어 입혀주더군요.”(중략)
가련이 이처럼 차근차근 대답하자 이광덕은 놀라면서 가련을 몹시 칭찬했다.
“너 정말 신통하다! 정말 영리하고 총명하도다!”
결국 이 만남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두 사람의 '지독한 사랑'의 전주곡이었다.
우리 선조들의 사생활은 어땠을까?
이 책은 조금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위인들을 바로 우리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인도한다. 이 책에 실린 일화들은 단순히 스쳐가는 한 토막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 수 있는 친절한 이야기꾼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와는 다른 뛰어난 인물이라고 알았던 영웅들이 때로는 사소한 일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는, 사람 냄새 팍팍 나는 똑같은 인간적 약점을 가진 것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게 된다.
더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단지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바로 나와 피가 통하고 뿌리가 같은 선조라는 사실로 동질감을 듬뿍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살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바탕을 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조선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동양고전에 심취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선비들의 해학과 중국성현들의 경세지략을 분석했다. 주요 저서로는 『고사성어로 배우는 인간경영』, 『조선의 야사』, 『인물로 보는 삼국지』, 『조선시대 선비들의 해학』 등이 있다. 휘닉스/지은이 이선학/368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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