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역사 속 위인들

  • 문화
  • 문화/출판

사람 냄새 나는 역사 속 위인들

조선시대 양반들의 숨겨진 이야기 삶속에 녹아든 재치·여유 등 담아

  • 승인 2011-08-23 14:07
  • 신문게재 2011-08-24 12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 선조들의 사생활
▲ 선조들의 사생활
조선 영조 시절, 이광덕은 벼슬이 대제학까지 이르렀던 사람이다. 일찍이 암행어사로 임명돼 거지 복색을 하고 함경도 지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수령을 감시하고, 백성의 생활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암행어사라는 것이 소문이 다 나버린 사연이 있었다. 아기 기생인 가련이 퍼뜨린 것이었다.

이광덕은 물었다.

“내가 암행어사로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저희 집이 함흥거리에 있사온데, 어느 날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니까 두 걸인이 나란히 앉아 있더군요. 그런데 한 걸인은 행색이 다른 걸인과 다름없었지만, 두 손은 옥같이 희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를 정말 걸인일 것 같으면 손이 저렇게 옥같이 흴 수가 없을 것인데 하고 의심하고 있을 즈음에 또 그 걸인이 옷을 벗고 이를 잡았어요. 이를 다 잡았는지 다시 옷을 입으려 하니까 곁에 있던 걸인이 공손하게 거들어 입혀주더군요.”(중략)

가련이 이처럼 차근차근 대답하자 이광덕은 놀라면서 가련을 몹시 칭찬했다.

“너 정말 신통하다! 정말 영리하고 총명하도다!”

결국 이 만남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만, 두 사람의 '지독한 사랑'의 전주곡이었다.

우리 선조들의 사생활은 어땠을까?

이 책은 조금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위인들을 바로 우리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인도한다. 이 책에 실린 일화들은 단순히 스쳐가는 한 토막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 수 있는 친절한 이야기꾼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와는 다른 뛰어난 인물이라고 알았던 영웅들이 때로는 사소한 일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는, 사람 냄새 팍팍 나는 똑같은 인간적 약점을 가진 것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게 된다.

더욱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단지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바로 나와 피가 통하고 뿌리가 같은 선조라는 사실로 동질감을 듬뿍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살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바탕을 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조선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동양고전에 심취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문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선비들의 해학과 중국성현들의 경세지략을 분석했다. 주요 저서로는 『고사성어로 배우는 인간경영』, 『조선의 야사』, 『인물로 보는 삼국지』, 『조선시대 선비들의 해학』 등이 있다. 휘닉스/지은이 이선학/368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