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환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
내수가 진작되려면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끼리 '야외활동'을 통해 소비, 지출을 해야 하지만 휴가철까지 관통하면서 줄기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발이 묶인 형국이었다. 그나마 집에 콕 박혀있는 사람들을 위해 배달산업이 반짝 재미를 봤을 뿐이다. 겨우 하늘의 먹구름이 벗겨졌지만 다가오는 추석 차례상 비용이 걱정이고 추수철 벼나 채소,계절과일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공급량 부족과 가격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옛말에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기후변화에 무기력한 사람과 자연의 섭리가 놀라울 따름이다. 올 여름철의 이같은 최다 강수량, 고온다습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온대지방인 우리나라가 아열대 지방으로 분류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다.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가 농후하고 내륙에서도 식생대 분포 변화가 나타난지 꽤 됐다.
예를들어 요즘은 대구를 비롯한 경북 사과는 한참 위도가 높은 강원도 춘천지방에서도 잘 자라고 맛이 있다. 농작물연구소는 아열대 기후화에 대비해 아열대 지방에서만 나는 작물을 시험재배중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의 주된 이유가 '지구 온난화'에 있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지구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 동안 약 0.7가 상승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2배 가량 높게 올랐다. 한반도가 더워지고 있는 것이 우리만의 문제이거나 원인제공때문만은 아니더라도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이런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한월(最寒月) (평균기온이 -3℃ 이상 18℃ 이하인 온대기후에서 최한월)의 평균 기온이 18℃이하이면서 월평균 기온이 10℃가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아열대 기후가 되면 식생은 물론이고 일상에도 큰 변화를 피할수 없게 된다. 아열대 기후에서는 각종 전염병이 창궐한다.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강수량, 최고 기온 그리고 습도와 질병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쓰쓰가무시병, 말라리아, 세균성이질, 비브리오패혈증의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찾아냈다. 온도가 상승하고 습도가 높아지면 이러한 질병을 옮기는 쥐와 같은 설치류와 모기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기온상승과 습도로인한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 음식물의 변질, 부패속도도 빨라져 각종 장염도 많아질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장염 유병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 기온이 1℃ 상승하면 장염 유병률이 6.84%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변화가 인류의 삶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는다해도 바람직한 변화는 아니다.
사람들이 원치 않는 변화이기는 해도 일상의 원인행위가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욕망이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를 반복하는 동안 지구 온난화는 불가피한 결과이자 대가다.
'소고기 공장'(대량사육)을 위해 어마어마한 산림이 베어져 목초지로 둔갑하고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역시 숲을 없애 광활한 옥수수 평야를 만들어내는 우매함이 지구온난화에 맞닿아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을 예상하면서도 대체에너지 개발과 보급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보유대수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조금 적게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지구적 노력이 지금당장 시작되지 않는다면 폭동적 기후변화 또한 회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가 잦은 비와 높은 습도로 불쾌지수가 높아 연중 서로 짜증나고 뱀과 도마뱀 등 파충류와 설치류와 함께 뒹구는 세상을 낙원으로 아는 사람만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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