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팀 책임연구원 |
LED 산업의 침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가 있으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수년전 정부와 기업이 LED 산업을 차세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보고 미래 투자를 결정할 때 장기적인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생산기술 및 제품기술 개발에 집중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한국의 LED 관련 제품 제조사들은 LED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보다는 생산성이나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하였고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있었지만 자동차 및 조명시장 진입에 필요한 고휘도·고출력 LED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자동차의 전조등이나 일반 조명에 사용되는 LED는 TV에 사용되는 것보다 휘도와 출력이 훨씬 더 높아야 하는데 이러한 고휘도·고출력 LED는 생산 기술의 발전으로도 일부 얻어질 수 있지만 고방열 기판, 고효율 형광체, 고내열성 봉지재와 같은 원천 화학소재 기술 개발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인 부품·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적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100대 부품ㆍ소재 품목을 선정하여 부품소재 기술 개발 사업과 같은 국책 산업을 통해 이 격차를 해소하고자 노력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부품 분야는 대일 무역 적자에서 어느 정도 탈피하였으나 소재는 여전히 큰 대일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소재분야의 대일 무역 적자가 계속되는 주원인을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소재분야의 특성으로 꼽고 싶다. 어떤 소재 하나를 개발하여 세계 일류가 되기까지는 적어도 30년 이상이 소요되며 5년에서 10년이면 판가름이 나는 부품이나 완제품과는 기간에 있어 큰 차이가 나며 이는 LED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5위권 밖을 맴돌던 우리의 LED 기술은 LED TV로 단숨에 1~2위로 뛰어 올랐으나 핵심소재는 여전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GaN 기반 백색 LED용 형광체는 일본의 니치아와 미쓰비시사로부터 전량을 수입하고 있으며, 봉지재 또한 다우 및 머크와 같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일반조명으로 사용이 가능한 고휘도ㆍ고출력 LED를 가격경쟁력이 있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특성이 우수한 고방열 단결정 기판, 고연색성 형광체 및 고내열성 봉지재가 개발되어야 하며, 우리나라가 앞으로 다가올 LED 조명시대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LED용 첨단 화학소재의 원천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2010년에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10대 소재를 선정하여 WPM 사업(World Premium Materials)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10대 사업중 2개 사업 분야(사파이어 단결정 성장 기술 개발 사업 및 SiC 단결정 기술 개발 사업)이 LED 소재 산업이라고 할 만큼 LED용 화학 소재의 원천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 들어 부품소재 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서도 형광체 및 봉지재 사업에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재기술은 부품이나 완제품 기술과 비교하여 오랜 연구기간이 필요하며, 가시적인 연구성과 또한 개발 도중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원천소재 기술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지식경제부는 LED 산업 육성방안의 하나로 1530 프로젝트 (2015년까지 조명기기의 30%를 LED로 대체한다는 계획)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LED 산업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530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화학소재 기술, LED 공정기술, 패키징 기술, 신뢰성평가 기술 등이 골고루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분야인 원천 화학소재 기술 확보가 가장 시급하며 또한 장기적인 계획으로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할 분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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