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연 고위직 경찰수사 윤곽

“개인착복 거의 없지만 4억원 배임·횡령혐의 불가피” 檢 고의성 여부 판단 주목

배임 및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 고위직 A씨에 대한 경찰 수사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5월부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압수수색 등의 초강수를 써가며 수리연의 A씨 비위 사실을 캤으나 결국 불구속 기소 의견을 검찰에 냈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사건을 수리연을 관할하고 있는 대전지검에 송치했고, 검찰은 형사 1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은 A씨가 4억원 가량을 배임 및 횡령한 것으로 봤다.

그는 연구소에 인턴 11명을 채용해 급여를 주면서 실제로는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도록 해 1억3600만원을, 해외에서 교수를 초빙하는 과정에서 규정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억5100만원을 배임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또 연구비 1300만원을 행사비 등 명목으로 전용해 개인 추석 선물을 구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개인적으로 착복한 부분은 거의 없지만, 배임·횡령 등 혐의는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A 씨의 피의 사실 자체가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다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현행 법상 인턴 채용과 교수 초빙을 규정에 맞춰 하지 않은 사실이라면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개인이 그 돈을 착복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선처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이 금액이 4억 가량이 됨에도 개인의 욕심이 아닌 수리연 발전을 위해 배임과 횡령을 한 것으로 인정해 불구속 의견을 낸 것 같다”며 “검찰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좋은 취지에서 인턴 프로그램과 교수 초빙 재량권을 행사한 것인 만큼 고의성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