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물가상승 원인은 두 가지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가가 상승해 물가가 오른다는 것과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전자를 비용인상설이라 하고, 후자를 수요견인설이라 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최근의 물가상승세를 설명하여 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엄청난 양의 돈을 풀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금리를 낮추었고, 두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를 통해 2조 4000억 달러의 돈을 풀었다. 넘치는 달러는 곧 바로 글로벌 시장의 각종 원자재 가격상승을 초래하였다. 금융위기가 극복되면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하여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원자재와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즉 과잉유동성 공급과 원자재에 대한 수요증대라는 수요견인에 의해 국제시장에서 원유와 곡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초래된 것이다.
대부분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 가격상승이 직접적으로 국내 공산품의 가격상승과 개인서비스 요금의 인상을 유발하였다. 즉 비용인상에 의해 국내물가의 상승세가 촉발된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기상이변과 구제역 파동으로 농축산물 가격 폭등이 이어졌다. 여기에 현 정부의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국내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여 물가불안을 부채질하였다. 아울러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었고 GDP의 6%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투입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OECD국가 중 가장 빠르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영예를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요견인에 의한 물가상승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불안은 비용인상과 수요견인이라는 두 가지 요인의 복합작용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물가관리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런데 왜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을까? 지난 달 물가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20% 높다. 일시적으로 대전이 전국 최고의 물가상승을 기록했다면 피해갈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7개월 동안 6대 광역시 가운에 전년 동월대비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1~2위에서 머물렀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허술하게 물가관리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전의 물가상승을 주도했는가?
지난 7개월 동안 전년 동기대비 물가상승률을 광주와 대구를 대상으로 하여 비교해 보자. 농축산물과 공업제품의 경우에는 세 도시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대전이 광주보다 50%, 대구보다 18% 높다. 또한 서비스 중에서 집세는 광주보다 무려 3.8배, 대구보다 2.8배 높게 조사되었다. 공공서비스는 세 도시가 비슷하며, 물가지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서비스의 경우에는 대전이 광주보다 30% 정도 높았다. 올해 들어 대전의 물가상승률이 광역시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원인은 집세와 개인서비스 요금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지방공공요금, 외식비, 채소류 등 10개 품목에 대해 16개 시도별로 '서민생활물가비교표'를 만들어 공개하도록 하였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물가관리를 하라는 뜻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대통령 이하 전 각료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전시는 직능단체, 유통업체, 소비자단체들을 모아 놓고 점잖게 당부하였다. 그 정도의 노력으로 물가가 안정될까? 대전시의 강력한 물가관리 의지와 구체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서비스 요금은 인플레 기대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전시의 적극적 의지와 노력이 이러한 인플레 심리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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