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철모 뉴욕총영사관 내무관 |
1980년대 미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Paul Kennedy)는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Economic Change and Military Conflict from 1500 to 2000) 이라는 저서에서 강대국 여부는 기술개발과 무역의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이 좌우한다고 했다. 그 외 국력의 요인으로서 지정학적 위치, 동맹국과의 관계, 국민의 사기 등을 들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경제력이라고 했다.
특정국가가 경제력이 커지면 그것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이 필요한데 경제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때 쇠망해진다고 하였다. 미국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으나 1970년 이후 미국은 최대의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환되었고 이것이 쇠망의 대표적인 징후였다.
1980년대말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천문학적인 쌍둥이 적자로 큰 몸살을 앓았다가 IT와 금융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때의 상황이 현재 다시 재연되고 있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1조2900억원을 넘어서 지난 7월 이미 1조 달러를 넘어 섰다. 금융위기 이후 소위 '양적완화'라고 해서 돈을 풀어 경기진작에 나섰지만 실업률이 9%를 넘고 있어 이중침체(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또 2000년대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아랍권국가와의 전쟁과 군비증강으로 자원배분이 크게 왜곡되고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미국은 일부 정보통신과 첨단산업만 호황을 누릴뿐 대부분의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됐거나 국내에 남아 있는 기업체의 경쟁력은 낮다. 매우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금융 및 서비스는 금융위기이후 계속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용을 해줄 기업이 없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짐에 따라 세금원이 감소되고 그 반대로 이들에 대한 실업과 사회보장비가 증대되는 것이 심각한 재정적자의 근본 원인이다.
그렇다면 정말 미국이 중국에 최강국의 지위를 넘겨 줄 수밖에 없는가? 미국이 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필자는 있다고 본다.
우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초·중등 과정의 공교육도 타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있지만 사립고교, 소위 기숙학교(boarding school)의 수준은 세계 제일이다. 또 대학은 어떤가? 동부의 아이비 리그 대학, 서부의 UC계열, 각 주의 주립대학 등은 전세계의 젊은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고 그들을 통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적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은 현재의 3억5000만 인구보다 훨씬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고 식량위기가 생기면 즉시 농토로 전환 가능한 미개발 토지도 많다. 다양한 대중음악과 영화, 뮤지컬, 스포츠, 매스미디어 등은 다른 어느 나라가 따라 잡기 어려운 분야이며 소득수준이 올라 갈수록 더욱 강력하게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을 일으키는 요소다. 필자가 근무하는 맨해튼의 곳곳은 미국 문화와 예술을 보고 배우기 위한 관광객과 학생들로 넘치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에 의한 자유국가를 지향했고 최상의 민주주의 체제를 정착시킨 나라로서 정치적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는 국가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국가를 갖게 된다. 미국 정부와 국민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행하는 모습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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