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훈 전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얼마 전에는 중문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 매일 식사하시러 오시는 74세의 노인 할머니가 슬그머니 봉투 하나를 쥐어주시며 무료급식 후원금으로 사용하라고 하셨다. 200명에게 점심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분은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조그만 집에서 혼자 사시는 분이다. 어느 날 길에서 폐지를 줍는 모습을 목격했기에 그 성금은 더할 수 없이 소중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봉사와 나눔으로 우리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 고 이태석 신부 등 24명이 국민추천 정부포상을 받았다. 이번 포상은 국민들이 직접 추천하고 선정했기에 국민들이 인정한 진정한 나눔의 봉사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이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 따뜻한 세상이 되며, 온갖 암울한 뉴스가 계속되어도 세상은 여전히 환하고 밝을 수 있는 것이리라.
우리나라는 최근 극심한 물난리로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하였고,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와 성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큰돈을 기부하는 뉴스는 자주 보고 듣는다. 그런데 정작 큰 부자인 재벌들이 개인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왜 이리 인색할까? 하기야 어떻게 고생해서 모은 재산인데 쉽게 남에게 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한없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앤드류 카네기의 말이나 “우리 재산은 국민들이 잠깐 맡겨 놓은 것이므로 이 재산은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라는 빌 게이츠의 부인 멜린다 여사의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식부자 워런 버핏이 자신의 개인 재산 99%를 사회에 기부하기로 이미 밝혔으며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의 400대 부자들에게 개인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자고 독려하고 있고, 마이클 블룸버그와 조지 소로스는 최근 인종 양극화 해결을 위해 각각 사재 3000만 달러 약 320억 원씩을 기부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가 '무한경쟁'으로 상징되는 냉혹한 사회일 수 있지만 이렇게 가진 자들의 나눔이 있을 때 온 인류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신나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를 놓고 꽤나 시끄럽다. 특히 내년에 있을 두 번의 선거를 앞두고 경쟁하듯 무상시리즈를 내놓는 통에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피곤하기만 하다. 결국 서울시에선 24일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를 한다고 하고, 야당은 불법이라며 법원에 제소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러나 소외계층들은 울부짖는다. 논쟁은 제발 그만하고 그저 맘 편히 먹고 살게만 해달라고….
이제는 소모적 복지논쟁 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누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복지재원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고,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는 민간자원을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재벌들이 나눔 운동에 앞장서는 모습도 보여 주었으면 참 좋겠다.
나눔은 사랑의 시작이다. 그리고 사랑은 행복의 시작이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나눔에 아까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아까운 마음을 이기고 나누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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