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가에서는 물놀이를 즐기고 얼룩백이 황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고누나 공기놀이 등을 하고 한 켠의 원두막에서는 풀피리를 불기도 하고 참외와 수박 잔치가 벌어진다.
그러나 농한기라 하여 늘 이렇게 한가하게만 보냈던 것이 아니다. 이 때에는 가을걷이를 위한 기초자재준비를 하였다. 대장간에서는 이제까지 써서 닳거나 무딘 낫과 호미 등 농기구를 벼려서 새롭게 만들뿐만 아니라 내년 이맘때까지 쓸 여러 가지 연장들을 만들었다. 느티나무 밑이나 시원한 그늘막 아래서는 가마니도 짜고 멍석, 삼태기, 메꾸리 등 가을 곡식을 펼쳐 말리거나 갈무리 할 수 있는 생활용품들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새끼꼬기는 이러한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다. 새끼는 농촌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용품이었다. 지금의 비닐끈이나 나일론줄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빨래줄에서부터 지붕의 이엉을 잡아 매거나 요즈음의 와이어줄처럼 여러겹을 꼬아서 강한 밧줄을 만들거나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이 같은 새끼를 꼴려면 먼저 길고 질긴 볏짚을 잘 골라서 아래쪽의 검부러기를 잘 추려 낸 다음 물을 안개같이 살짝 뿜어 부드럽게 만든다. 부드럽게 된 볏짚을 손바닥에 비비면서 잘 꼬아 만들면 된다. 대부분 오른쪽 손바닥으로 비벼서 꼰다. 하지만 금줄이나 제사용 새끼줄은 왼손으로 비벼 꼬기 때문에 왼 새끼라고도 한다.
지금도 여러 가지 행사에서 새끼꼬기가 인기가 있다. 이러한 새끼꼬기는 어른에게는 추억을 심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심어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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