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상속세 독일의 10배

공제·경감혜택 조건 엄격… 장수기업 육성위한 파격지원 절실

#1.대전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최근 기업 상속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상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내면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만일 A씨의 장남이 기업을 물려받을 때 내야할 상속세액은 약 15억원에 이른다.

자금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금액이다. A씨는 “높은 상속세율이 대를 이어 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정을 꺾이게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자산 상속세 부담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주요국의 상속세 부담 비교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가업상속을 가정한 비상장 중소기업 상속 시 국내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0배, 일본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전혀 없었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피상속인이 10년간 영위한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100억원을 포함, 50억원 가치의 개인기업과 현금성 자산 20억원 등 총 170억원을 상속할 경우를 가정하고, 주요국의 상속세액을 계산했다.

그 결과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 100억원에 대한 국내 상속세 부담은 25억2000만원으로 독일 2억5000만원의 10배, 일본 5억6000만원의 4.5배에 달했으며, 영국은 부담세액이 전혀 없었다. 170억원에 대한 상속세액도 우리나라 42억9000만원, 독일 5억5000만원, 일본 12억7000만원, 영국 5억9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상의는 국내 상속세 부담이 과중한 원인으로 '기업자산 상속 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업의 요건이 엄격하고,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 폭이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1500억원 이하 중견기업의 상속에 대해 상속재산의 4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 주고 있는데, 가업 승계 후에는 10년 간 사업용 자산 80% 이상, 지분 100%를 유지해야 한다. 중견기업의 경우 10년간 고용의 120% 유지 의무가 추가된다.

반면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나 가업 승계 전 사업영위 기간에 관계없이 기업 자산 상속에 대해 상속세의 85~100%를 경감해 주고 있으며,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 상속에 대해 비상장주식가액의 8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면제하고 있다.

상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 폭을 주요 외국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대전지역 대부분의 향토기업들은 가업 승계를 계획하고 있다.

/박전규 기자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