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슬럿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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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곡선]슬럿 워크

  • 승인 2011-08-15 13:15
  • 신문게재 2011-08-16 21면
  • 현옥란 편집팀 차장현옥란 편집팀 차장
▲ 현옥란 편집팀 차장
▲ 현옥란 편집팀 차장
한반도를 녹여버릴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옷차림도 한껏 가벼워졌다. 여성들의 하의실종 패션과 노출이 일반화 되면서 이를 노린 성범죄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회사원 등 일반인들까지도 지하철, 백화점 등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다리나 치마속 등 특정부분을 '도촬'하는 범죄가 늘어 경찰들도 골치를 겪고 있는 형편이다.

성범죄자들 상당수는 여성들의 노출 의상 때문에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분노한 여성들의 시위가 최근 서울에서 있었다. 바로 '성범죄의 원인이 여성 노출이 아님'을 주장하는 '슬럿 워크(Slut Walk)' 시위였다. '슬럿 워크'는 올 초 캐나다에서 한 경찰관이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옷을 매춘부처럼 입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운동이다.(슬럿(Slut):단정치 못한 여자, 품행이 좋지 못한 여자, 매춘부)

'잡년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상체에 브래지어만 착용한 차림을 비롯해 찢어진 망사스타킹,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 등 아찔한 의상을 입은 100여명의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고려대에서 세종로 원표공원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당해도 싼 사람은 세상에 누구도 없다”며 “우리는 자유롭게 입을 권리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사실 여성의 옷차림과 남성의 성폭력에 관한 논쟁은 오래된 이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여성의 야한 옷이 남성을 자극시키고, 그런 자극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상 여성도 그런 성폭행을 유발시킨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성들은 '우리는 옷을 마음대로 입고 다닐 권리가 있다. 남성들의 시선 때문에 우리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 이러한 '성적 자극 vs 옷 입을 권리'가 이번 슬럿 워크가 일어난 가장 핵심적인 이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피해의식은 누가 만들었는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자신의 성적인 욕구에도 맞서지 못하는 남성들을 감싸기 급급한 문화가 실제 우리사회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성범죄가 희생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편견에 맞서 야한 옷을 입었다고 곧 성폭행의 대상이 돼도 된다는 남성들의 인식에 당당히 반기를 든 '잡년'들을 기꺼이 지지한다.

/현옥란·편집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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