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우면산 산사태 사고 이후에 세간에 천재(天災)니 인재(人災)니 말이 많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 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한다. 우면산에 산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천재지변에 속한다. 천재지변이므로 하늘을 원망할 새가 없다. 부지런히 사고 수습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천재지변에 속하는 것과 수많은 인명이 죽고 다쳐 참사(慘事)로 이어진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전과 사후의 대처는 인간의 몫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산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생활 터전이 파괴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인재다.
어느 전문가는 모 일간지 8월 4일자에 실린 기고문에서 우면산 사고는 일반적인 산사태 개념이 아닌 토석류(土石流) 개념으로 봐야 하며, 우면산 산사태의 주범은 토석류라고 하였다. '산사태'의 원인과 '산사태로 인한 사고'의 원인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 전문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우면산 사고'의 주범이 토석류이지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면산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저희들이 내 옆구리를 찢어발기고 쑤시고 들어와 살다가 생긴 일인데, 그게 왜 내 탓이란 말인가!
또 다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 이번에 형촌마을을 덮쳤던 것과 같은 참사와 인재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면산 자락만 해도 12군데도 넘는다고 한다. 산 뿐만이 아니다. 한강 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서울시내만 해도 저지대에 형성된 시가지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된 빗물펌프장이 무려 111개소나 된다고 한다.
재해는 사후대책보다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야금야금 산자락을 파고들어가거나 겁도 없이 강바닥보다 낮은 곳에 집을 짓고 살아서는 안 된다.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도시들이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번 우면산 산사태로 인한 참사를 반성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그런 곳에는 모든 인·허가를 해주지 말아야 한다.
산 밑에 살면 산이 무섭고, 물 밑에 살면 물이 무서운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이치를 무시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재난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말을 억지라고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 문제가 생기고, 인재(人災)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언제나 미흡한 사후 대책이 여론의 중심부에 있기 마련이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다시 비가 내리자 서초구청에서는 추가붕괴를 막는다며 산 아랫부분에 방수포를 덮었다고 한다. 산 윗부분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방재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된 것이다. 인재는 바로 이런 틈새에서 시작된다. 인재가 무서운 것은 두 가지다. 사물의 이치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과 겁이 없다는 점이다. 겁이 없으니 조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항상 모든 사고는 '어처구니 없다'는 후회로 얼룩지기 마련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천재(天災)는 없다. 있다면 오로지 인재(人災)만 있을 뿐이다. 이런 자연의 이치를 명심하여 어떤 경우든 조심하는 것보다 더 값진 대책은 없다. 제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해도 조심해서 미리 대비하면 후환을 줄일 수 있다. 인재라면 두 말이 필요 없다. 무서운 만큼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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