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공부 1년만에… 첫날밤 기억 '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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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공부 1년만에… 첫날밤 기억 '詩'로

대덕문화원 노인·소외계층에 문화예술참여 기회 '나의 삶, 시가되다' 통해 노순례 할머니 '첫 작품'

  • 승인 2011-08-14 15:20
  • 신문게재 2011-08-15 22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 노순례 할머니가 생애 처음 쓴 시 '첫날밤'
▲ 노순례 할머니가 생애 처음 쓴 시 '첫날밤'
'첫날밤 생각하니 착잡하다/신랑은 울고 있었고/나도 생각하니/사람들은 첫날밤 구경이라고/문을 찢고 디다보고 있습니다/신랑은 혼자 벽만 쳐다보고 잤다.'

'ㄱ, ㄴ, ㄷ'도 모르던 노순례(68) 할머니가 1년여에 걸쳐 한글을 뗀 뒤 난생 처음 쓴 '첫날밤'이란 시다. 시를 쓰면서 시상을 떠올리기보다 맞춤법에 더 신경을 쓰느라 겨우겨우 한 글자씩 써내려간 할머니의 생애 첫 작품이다.

노 할머니는 자식을 낳고 기르며 뒤도 돌아볼 새 없이 힘겹게 살다가 글을 익히고 시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자신의 생애를 시로 담아내는 기쁨을 맛보았다.

할머니가 시를 쓰게 된 것은 대덕문화원의 '나의 삶, 시가 되다'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생을 반추하고 옛 기억들을 들춰내 시로 엮어가고 있다.

대덕문화원은 '나의 삶, 시가 되다' 뿐만 아니라 '나의 삶, 그림이 되다', '나의 삶, 노래가 되다' 등 지역 노인들이 나만의 자서전을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대덕문화원은 지난 12일 대덕문화예술교육 활동가 워크숍을 가졌다
▲ 대덕문화원은 지난 12일 대덕문화예술교육 활동가 워크숍을 가졌다
지난해 지역사회문화예술교육활성화 지원사업 거점네트워크 기관으로 선정된 대덕문화원은 올해도 지역 노인과 장애인,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인정에서 화투와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던 노인들이 소싯적 실력을 발휘해 경로당과 마을회관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나무를 깎아 조각품을 만들며 짚으로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담아내며 가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덕문화원 임창웅 사무국장은 “개개인의 삶을 그림으로, 노래로, 시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노인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지역이 문화예술로 하나 되는 것을 느꼈다”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겠다는 간절한 생각만 있으면 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이 재생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은 올해도 계속된다. 지난 12일에는 대덕문화예술교육 활동가 워크숍이 열려 프로그램 개발과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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