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엄마' 마음까지 푸근

장애인들의 '엄마' 마음까지 푸근

영화관 운영하던중 장애인 배려하며 첫 인연 마음 나누려 달동네 연탄배달도 직접 팔걷어

  • 승인 2011-08-11 17:47
  • 신문게재 2011-08-12 5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창간 60주년 나눔사회 캠페인 365일 36.5도 - 권성애 대전봉사체험교실 고문]

▲ 봉사체험교실 50번째 연탄봉사 참가모습
▲ 봉사체험교실 50번째 연탄봉사 참가모습
지난 일요일(7일) 새벽 6시30분. 선사인혜요양병원 관리이사 권성애(52)씨는 대전 동구의 한적한 달동네에 도착했다. 홀로사는 장애인의 집에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돈만 주면 연탄장사들이 배달하는데 구태여 직접 배달을 하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불우이웃들과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 직접 팔을 걷어부치고 연탄 배달에 나선다.

권씨는 이날 대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대전봉사체험교실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하면서 땀을 흘리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권씨가 직접 몸으로 뛰며 봉사를 하기까지 이들 장애인들과의 인연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씨의 남편 노계동(57)씨는 충북 보은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충북지역에서 오랜시간 자리를 잡고 의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고, 부인 권씨는 시댁인 대전지역에 영화관 문을 열었다.

둔산동에 영화관을 개점한 권씨는 어느날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들이 영화관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1998년 당시만 해도 장애인 편의를 위한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던 터라 계단식으로 된 영화관이 대부분이었다.

권씨는 장애인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는지 궁금했다.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도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이어졌지만, 꿋꿋이 매번 개봉 영화때마다 영화관을 찾는 장애인들이 고마웠다.

그는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한 마음으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계단을 수리하고, 영화관 좌석을 떼서 휠체어를 탄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초대권도 나눠주며 장애인들을 배려했다.

“휠체어를 탄 관객들이 너무너무 좋아하셨어요. 비용이 들어가고 일반인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잘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씨의 이런 마음을 아름답게 여긴 서구의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권씨와 대전지체장애인협회를 연결,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직접 헌신하는 봉사는 물론 사정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있으면 무료로 병원 진료와 병원비를 부담해주고, 정기적으로 필요한 용품도 구입해 나눠주고 있다.

그는 장애인협회에서 이렇게 봉사한 덕에 봉사단의 ‘대모’로 불리고 있다. 봉사단 내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분쟁거리가 생기면 권씨는 서로의 입장을 조절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작복(作福)이라고 하죠. 복을 지어야 다음 세대가 복을 받는거라 생각해요. 제가 따뜻함을 베풀면 다음세대 사람들도 베풀줄 아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거라 믿어요”라고 말한다.

어린시절부터 친정어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며 자라 권씨에게 봉사는 습관처럼 자연스레 몸에 뱄다.

4명의 아이의 엄마로, 병원 내 200여명의 식구들을 책임지면서도 장애인들의 엄마까지 도맡은 권씨의 모습에 ‘참 나눔’의 세월이 선사한 행복 가득한 미소가 번졌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4.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1.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2.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3.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4.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