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병기 활 |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활 잘 쏘는 동쪽 사람'이었다. 눈을 깜박이지 않는 합심지경(合心之境)에 들기 위해 베짜는 아내의 베틀 아래 누워 좌우로 오가는 북을 응시하기를 수삼 년, 과녁을 크게 보기 위해 개미를 묶어놓고 응시하기를 또 수삼 년 해야 했다. 게다가 활시위를 당기는 오른팔 위에 물그릇을 얹어놓고 수면에 미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훈련했으니 '조선의 활, 중국의 창, 일본의 조총'(이수광 『지봉유설』)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활 또한 대단했다. 중국의 문헌들은 숙신의 호시, 예의 단궁, 고구려의 맥궁은 가공할 성능으로 '수국(守國)의 보(寶)요, 천하의 보물'이라고 경이의 시선으로 적고 있다.
'최종병기 활'은 활쏘기의 명인과 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청나라 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동생을 구하려는 활쏘기의 명인 남이, '조선판 아저씨'로 불릴만한 남이의 활약상이다. 남이의 상대는 강한 활로 무장한 큰 덩치와 조직력을 갖춘 청나라 전사들. 그런 적을 상대하기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거나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파악하고 시간차 공격을 노리는 남이의 두뇌플레이와 활솜씨가 극을 보는 재미다.
화살이 휘어져 날아가는 '곡사'는 어떤 스타일리시한 액션보다 멋진 볼거리다. 시위를 당길 때 활이 뒤틀리는 소리와 조금씩 흔들리는 화살, 청각과 시각에서 파생되는 활의 액션은 심장을 고동치게 하고, 쏠 때마다 줄어드는 화살 개수는 긴박감을 높인다. 쏘았던 화살을 다시 줍거나 적의 화살을 모으고 심지어 몸에 맞은 화살을 뽑아 쏘기도 하는 사실적인 설정은 감정적인 울림까지 증폭시킨다.
또 일반 화살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애깃살', 방패도 부순다는 위력적인 '육량시' 등 다양한 활의 스토리도 흥미롭다.
첫 사극 도전에 액션까지 소화한 박해일과 시종 만주어를 구사하며 카리스마 액션을 선보인 류승룡의 열연은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다.
추격 액션의 성패는 긴박감과 속도감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목적과 이야기가 단순할수록 달려나가는 힘은 탄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최종병기 활'은 직선 추격의 쾌감과 활력을 날렵하게 살려낸다. 중요한 것이 리듬의 조절인데, 김한민 감독은 빠른 전개로 긴박감을 높이는 동시에 적재적소에 유머를 배치해 능숙하게 조절한다.
쓸데없이 한눈팔지 않고 직구 승부하는 '최종병기 활'은 잡다한 설정과 상황으로 상영시간만 늘린 지루한 영화들을 향해 어퍼컷을 날린다. 망설임 없는 전개, 입체적인 캐릭터, 첫 장면부터 넋을 빼놓는 액션, 간만에 깔끔하고 시원한 웰 메이드 사극 액션 영화를 만났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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