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자료인 금산 충렬사의 외삼문은 당초 계획했던 육송을 사용하지 않았고 아산 박우현 가옥은 서까래 공사를 하면서 전통 방식대로 시공하지 않았다니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충렬사나 박우현 가옥은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여타 국보나 보물과 다를 바 없다. 기념물인 연기 이성의 경우 수목 정비를 위해 장비가 동원되면서 성곽과 주변이 훼손된 것은 물론 뒷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토사 유실 위험에 노출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정비를 한 것인지 훼손을 한 것인지 헷갈린다.
또 시공 불량, 마감 불량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공사현장에선 폐기물을 문화재 주변에 쌓아놓은 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한 방화사나 소화기를 갖추지 않은 곳도 많다. 이런 안전불감증으로 소중한 문화재를 다루고 있다니 문화재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충남도의 현장 점검에서 이런 지적을 받은 곳이 38곳 중 22곳이나 된다. 불량 공사에 대해선 엄격히 책임을 묻는 한편 보수·정비를 빌미로 문화재 원형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살피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는 선조들의 혼과 숨결이 녹아 있어 우리의 뿌리를 찾고 정신문화를 일구는 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지역 문화재엔 지역의 문화와 정신이 살아 숨 쉰다. 당연히 원형 그대로 깨끗이 관리·보전해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 그러자면 문화재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쪽 모두 소중히 여기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한 번 훼손되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문화재다. 실수로라도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 문화재가 훼손된다면 지역은 물론 나라의 역사문화 정체성에도 손상을 입힌다. 주먹구구식의 졸속 공사는 결코 안 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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