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 이젠 안 통한다

충남청 25건 정당방위 인정 관행 개선 피해자 엄격 구분

#사례1=서산에 사는 최 모(40)씨는 지난 3월 22일 서산 모 식당 앞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술에 취한 이 모(50)씨가 다짜고짜 욕을 하며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손가락을 깨물렸고 멱살까지 잡힌 최씨는 그를 밀쳐내다가 함께 넘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자신도 얻어맞았다며 쌍방 폭행임을 주장했다. 경찰은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최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판단, 불입건 조치했다.

#사례2=공무원 이 모(4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지난 6월 15일 오후 5시 45분께 자신이 근무하는 충남 모 시청에서 동료 공무원에게 욕을 하며 폭행하는 김 모(34)씨를 발견하고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김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이씨가 자신의 얼굴을 2회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씨의 행동이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씨는 형사 처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싸움을 하다 자신이 불리해지면 상대방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며 무조건 우기는 관행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경찰이 과거 싸움 당사자 모두를 형사 처벌하는 '쌍방 폭행 입건' 관행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정당방위에 대해 적극적인 구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지방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쌍방 입건 관행 개선을 추진한 결과, 모두 25건을 정당방위로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계속되는 폭행을 제지하려고 가해자 팔을 붙잡거나 몸을 밀치는 등 최소한의 방어 행위를 한 사례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고 주장하며 진단서를 떼 경찰에 고소한 사례가 5건, 방어 차원에서 가해자를 밀치거나 가슴 등을 때려 쌍방 폭력으로 입건된 사건이 3건으로 뒤를 이었고, 기타 사례는 8건으로 집계됐다.

충남청은 앞으로도 쌍방 폭행으로 접수된 사건에 대해 현장 CCTV 분석과 목격자 탐문 등 세밀한 조사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격히 구분, 정당방위자 구제에 힘을 쏟기로 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