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성 부국장·도청팀장 |
이 같은 길에 대한 관심은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길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계기를 제공했다.
국토해양부 역시 지난해부터 '해안권 발전 시범사업'을 착수, 길 조성에 나서는 등 나라 전체가 길 조성에 빠져들고 있다. 이젠 올레길 또는 둘레길 등 각양각색의 테마길을 조성하지 않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로 개발 붐을 이루고 있다.
충남도의 경우 지난해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을 조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역사문화의 길' 조성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애국의 길' 등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5개 테마의 길을 조성해 관광수요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번에 충남도가 개발할 길을 한두 곳 살펴보면 '순례의 길'의 경우 충남에서 최초로 복음이 전해진 곳으로 알려진 예산 여사울을 시작으로 당진 신리공소~당진 합덕성당~당진 솔뫼성지~아산 공세리성당까지 36.6㎞에 달하는 코스다. 또 도내 애국지사의 생가 및 기념관을 돌아보는 '애국의 길'은 홍성역~홍주아문과 안회당 여하정~김좌진생가~한용운생가지~속동 전망대~그림이 있는 정원~광천젓갈시장~광천역(67.5㎞) 등으로 코스가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충남도 등 지자체들이 추진해오고 있는 길 조성사업을 가만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개발개념의 사업이 추진됨을 알 수 있다.
물론 더러는 관심을 가져도 되는 지자체가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름아닌 금산군이다. 금산의 서북쪽에 위치한, 해발 425m의 금성산 지류인 일명 '금성산 10리 잔등산'은 금성산과 10리 가량 이어져 있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고 마치 소잔등처럼 평평하고 밋밋하게 10리가 이어진 산이라는 의미다. 이 산은 금성산에서 뻗어내려 금산군 금성면의 두곡리, 마수리, 파초리, 하류리, 의총리 등을 품고 칠백의총을 병풍처럼 감싸 안은 뒤 금산 농업기술센터 정문 맞은편에서 평지와 만나는 형상이다. 높지도 않고, 그저 밋밋한 산세다. '금성산 10리 잔등산'의 가장 큰 매력은 탐방객들이 걷기에 한없이 편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테마길 아래로 칠백의총 등 역사적 의미도 담겨있어 테마길 조성에 제격이다. 칠백의총으로 향하는 금산 농업기술센터 맞은편 야산이 바로 '금성산 10리 잔등산'의 초입이다.
그러나 외지인들에게 이 산의 초입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가축우리가 산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길 조성이란 이처럼 막힌 초입을 사람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바로 그런 개념인 것이다. 새로운 개발 개념이 아닌 것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옛길을 찾아내 막힌 수풀이나 돌 등을 걷어내고 이어주는 작업, 그리하여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되새기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바로 테마길 조성인 것이다. 누구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주변 풍광이 탐방객들의 호기심과 설렘을 자극할 수 있다면 테마길 조성에 더더욱 좋은 요건일 것이다. 테마길은 바로 이 같은 역사성, 문화성, 편리성, 생태자원, 풍광 등 제반 요소들이 적절히 갖춰진 길인 것이다.
역사적 인물의 생가지 또는 기념관과 유적지 등을 줄자로 금을 긋 듯 이어놓는 테마길 개발이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 자못 우려된다. 섣부른 개발 계획에 앞서 테마길들이 적절한 요건을 갖췄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