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
강국진의 강의 스타일은 “너의 고민이 뭐냐! 네가 생각한 그것도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 한번 해봐라!” 하는 식의 자기 발견적 강의법이었고, 이건용 교수는 학생들의 고민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제시하면서 용기를 주는 식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건용은 '대전 78세대' 초기 멤버 학생들이 안고 있는 새로운 성향의 작품 제작 형식과 내용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작업화할 수 있도록 용기와 해법을 내려줬다고 한다.
이건용은 이우환의 모노파(사물파) 개념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당시 학생들이 갈증을 느꼈던 신문명에 대한 논리적 작품 제작 방법을 발 빠르게 넣어 주었다고 한다.
이에 강정헌은 “교육은 피교육자에게 교육자가 전해주는 거잖아요. 학교과정 전체를 교육의 큰 틀로 봐야 하는데, 피교육자의 수준보다도 교육자가 지니고 있는 역량이 더 우선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교 졸업 이후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때 교수의 역량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원대 학생들은 좋은 수혈을 받은 셈이고, 지금도 나 자신이 행복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두 수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아직도 나의 여생이 남아있으니까 어떻게 마무리해 나가야 할지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겠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선생님도 좋은 제자를 만들어야 하지만 교육적 내용을 전달하는 전달자의 능력이 신선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피력했다.
당시 김한의 강의 방식은 대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동양의 관조적 태도, 서양의 대상 관찰방법 등에 대해 매우 명료하게 설명한 편이었지만, 현대미술 이론 강의는 이건용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한다.
김한은 1973~76년 4년간 전임강사로 재직하다가 목원대에서 스스로 퇴직했고, 이후 1977년 1년간 강사로 나왔다가 그 다음 해부터는 강의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전 78세대' 전시 오픈 때는 참석하곤 했는데, 이유는 '대전 78세대'의 정신적 뿌리가 김한에 의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즉 장작을 모으고 씨앗을 뿌린 것은 김한이었고, 물을 뿌리고 불을 지핀 이는 이건용이었다.
좀 더 명료하게 보면, '대전 78세대' 본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75학번들은 김한의 영향력이 크고, 76~77학번들은 김한이 퇴직한 후의 학번이기 때문에 이건용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1976년과 1977년에도 김한은 나(이건용)를 강사로 초빙하려 했지만 응하지 않았죠. 내가 다시 김한을 만났을 때는 1978년 봄이었는데, 그 때 김한은 목원대 교수직을 그만뒀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기독교 학교라서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답답하다고 했죠. 그러면서 연구실도 마련해 줄 테니 목원대 미술교육과에서 강의하라고 반 강제적으로 제안했죠.”
윤영자 교수도 강사 초빙 건에서 공이 컸는데, 예를 들어 조각 강의에 이승택을 초빙한다거나, 박길웅, 이건용, 강국진 같은 작가들을 초빙했다.
공모전을 적극 추천한 윤영자였지만 오히려 미래지향적이면서 파격적이고 선진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초빙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김한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었다.
이렇게 이건용은 김한에 의해 목원대에 전임강사 대우를 받으며 초빙되었다.
이후 이론 강의와 학부 실기지도, 목원대학에서 주최하는 고등학교 미술실기대회 개최 및 미술과 관련된 여러 업무 등을 능숙히 수행했기 때문에 상당한 인정도 받았다고 이건용은 말한다.
특히 이건용에게는 강사에겐 주지 않는 연구실이 있었다.
이건용은 목원대에 마련된 연구실에서 수시로 작품을 제작해 리스본 국제 드로잉에서 대상을 받고, 상파울루 비엔날레 지명 작가로 낙점되기도 했으며, 이후 군산대 교수가 되는 실력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이건용은 학부 실기로는 생소하게만 여겨졌던 하이퍼리얼리즘을 컨셉트로 잡아 목원대에서 강의했다.
예술 냄새도 나지 않게 냉정하게 작품을 한다거나, 찌그러진 캔이나 골동품, 돌멩이를 클로즈업시켜 사실적으로 그린다거나, 야외에 나가 이벤트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들 때문에 타 교수들 특히 국전파 교수들에게는 못마땅한 강의였다고 이건용은 기억하고 있었다.
/조상영 미술학 박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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