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 하였으며,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 생물학 인접분야를 두루 섭렵한 과학자다. 그밖에 고전문학과 시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저서로는 확장된 표현형, 눈 먼 시계공, 에덴 밖의 강, 풀리는 무지개, 조상 이야기, 만들어진 신, 지상최대의 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가 있다.
▲ 이기적 유전자 |
유전자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인용해 본다. '40억년 전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 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가, 원격 조정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다.'
도킨스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조작된 생존기계에 불과하며, 그 생존기계의 목적은 자기 주인인 유전자를 번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가지고 있는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행동은 겉으로는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유전자의 이기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세계는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경쟁과 속임수와 사기, 그리고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곤충과 동물들의 예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유전자의 이기성은 인간의 행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인간은 뇌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 존재이유를 탐구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게 되었고 유전자의 이기심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켜왔다고 한다. 특히 유전의 속성을 인간의 문화에 적용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 유전론은 이 책의 여러 가지 혁신적인 내용 가운데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밈은 도킨스가 제창한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 또는 기억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생명체의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DNA)라면, 인간의 문화적 진화 단위는 밈이라는 것이다.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자기복제를 하여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 밈의 예로 예술사조나 과학이론, 종교 등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관습, 제도 등을 들 수 있고, 넓게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전달되고 축적되는 문명이나 문화를 들 수 있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 기계로 조립되고 이기적 밈 기계로 교화된 존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 이기적 유전자에게 대항할 의식적 선견능력 또는 지적 능력을 발달시켜왔다. 더구나 유전자의 이기심마저 간파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동물의 세계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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