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한 꼭두각시

[강신철]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한 꼭두각시

우수한 동물만 살아남는게 자연법칙… 여러 사례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

  • 승인 2011-08-09 14:07
  • 신문게재 2011-08-10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 하였으며,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 생물학 인접분야를 두루 섭렵한 과학자다. 그밖에 고전문학과 시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저서로는 확장된 표현형, 눈 먼 시계공, 에덴 밖의 강, 풀리는 무지개, 조상 이야기, 만들어진 신, 지상최대의 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가 있다.

▲ 이기적 유전자
▲ 이기적 유전자
이 책은 '적자생존과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다윈의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 개체들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라고 선언했다. 인간이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 되어있는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꼭두각시 같은 기계”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는 물론 종교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1976년에 출간된 이래 학계, 종교계,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혹평 속에 이 책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과학계의 고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유전자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인용해 본다. '40억년 전 스스로 복제하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 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가, 원격 조정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다.'

도킨스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조작된 생존기계에 불과하며, 그 생존기계의 목적은 자기 주인인 유전자를 번식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과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가지고 있는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행동은 겉으로는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유전자의 이기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세계는 잔인하리만치 냉정한 경쟁과 속임수와 사기, 그리고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곤충과 동물들의 예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유전자의 이기성은 인간의 행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인간은 뇌의 발달에 힘입어 스스로 존재이유를 탐구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게 되었고 유전자의 이기심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켜왔다고 한다. 특히 유전의 속성을 인간의 문화에 적용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 유전론은 이 책의 여러 가지 혁신적인 내용 가운데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밈은 도킨스가 제창한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 또는 기억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생명체의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DNA)라면, 인간의 문화적 진화 단위는 밈이라는 것이다.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자기복제를 하여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 밈의 예로 예술사조나 과학이론, 종교 등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관습, 제도 등을 들 수 있고, 넓게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전달되고 축적되는 문명이나 문화를 들 수 있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 기계로 조립되고 이기적 밈 기계로 교화된 존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 이기적 유전자에게 대항할 의식적 선견능력 또는 지적 능력을 발달시켜왔다. 더구나 유전자의 이기심마저 간파하지 않았는가? 이 책은 동물의 세계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3.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4.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5. 온새미로 봉사단과 함께하는 사랑의 소규모 집수리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