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화된 수치로 서열을 매기는 현행 학교평가 방식 탓에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선 학교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반강제로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 빈번하지만 이렇다할 불만 제기도 못하는 실정이다.
7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정량평가(계량화) 중심의 현행 학교평가가 교육과정 파행과 학교현장의 황폐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계량화된 수치로만 평가를 하다보니 수치상으로 성과를 보이기 위한 비교육적 행태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사이버가정학습의 경우 진도율을 관리하기 위한 각종 편법이 만연돼 있다. 실제로 대전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사이버가정학습 진도율 관리를 위해 5명의 학생이 조를 편성, 조장 책임하에 학습 진도율을 관리하는 이른바 '5호 담당제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단순히 출석 여부 체크가 아닌 조장에게 조원들의 사이버가정학습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인 메모를 줘 조원들 대신 사이트에 들어가 학습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실정이다.
대전 서구 A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학급회장(반장)이나 부회장(부반장)을 시켜 아이들 대신 출석을 하도록 하거나 학습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서구의 B중학교는 학교장 지시로 전 교사가 여름방학 '사이버학급'을 개설, 교과부 및 전국 시·도 교육정보원 등에서 제공한 학습 콘텐츠를 탑재해 학생들에게 강제 이수를 시키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내 자녀 바로 알기 학부모서비스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입률을 높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교사나 학생들이 학부모 주민등록번호를 대신 입력해 실명인증을 받는 방법으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학부모서비스에 가입하는 파행이 빚어지는 것이다.
학부모서비스 가입률이 높아야 학교 평가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만큼 학교에서 조차 편법과 비교육적 행태를 묵인하는 상황이다.
방과후 학교 참여율 역시 학교 평가점수와 연관 있는 만큼 학생들의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0교시 수업'을 진행하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방과후 학교 참여율을 독려하면서 일선 학교는 학생들의 강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사이버가정학습이나 방과후 학교의 취지 자체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운영하면 교육격차 해소나 인터넷을 활용한 이러닝(e-Learning) 활성화, 사교육비 경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프로그램도 현실적으로 강제성으로 인해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학부모 김모(여·39)씨는 “학교 평가점수 때문에 무리수를 둬 당초 취지와는 변질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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