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지매입비를 둘러싸고 대전시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부담하기를 바라는 것이 대전시의 공식입장이다. 수 차례 밝혔듯이 '황금벨트'라는 과학벨트를 품은 지자체가 부지매입비를 대라는 것은 국책사업의 성격에서 벗어난다고 보고 있다. 세종시나 4대강 사업의 각종 보상비와의 형평성을 연관지어 볼 때도 그렇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지자체가 지역발전의 계기를 삼으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들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거점지구 투입 사업비를 분담하라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굳이 따진다면 과학벨트로 10년 내에 한국이 세계 5대 강국으로 가는 길잡이를 삼는다는 측면에서 대전시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수혜자다. 돈을 내야 '양심적'일 만큼 지자체가 도의적으로 움츠러들 일 또한 결코 아니다.
국책사업 비용을 지자체가 분담하라는 제안은 향후 지역 간 유치 과열을 막기 위한 대형 국책사업 관리방안의 일환으로는 유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과학벨트는 공모사업도 아니었다. 또 만약 지자체가 분담한다고 지자체가 주도해 나가는 방식이라면 이는 국책사업의 본질에 맞지 않다.
쉽게 말해 국책사업이니 국가가 필요한 부지를 직접 충당해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대전시의 일관된 입장이고 지역 여론의 주된 흐름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부지매입비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모호한데다 과학벨트 내년 예산 절반 축소가 겹쳐 민감한 시기다. 오히려 책임 있는 자세는 국고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강 위원장의 발언은 두 달 전 과학벨트성공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이 한 발언과 표현만 달랐지 유사한 맥락이다. 대전시로 온 만큼 대전시가 어느 정도 책임지고 부담하라는 요지였다. 그때도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이번 발언으로 지역 내 갈등이나 파문을 부풀려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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