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복남]노르웨이 테러 사건과 한국의 다문화정책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우복남]노르웨이 테러 사건과 한국의 다문화정책

[기고]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승인 2011-08-04 15:20
  • 신문게재 2011-08-05 20면
  •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 사건으로 세상이 술렁이고 있다.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집행하던 자국의 다문화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시인했던 유럽의 여러 국가 지도자들이 사회통합과 인권보호를 취지로 하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주민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다문화정책' 이 확장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노르웨이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문제로 비춰지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사건이 실업과 복지 상황 악화 등 사회 경제적 불안으로 인한 유럽 극우정당의 당세 확장과 연관된 정치적 문제, 다문화정책 문제, 인종주의 문제, 일부 극단주의 종교인의 문제 혹은 사이코패스 증가로 인한 현대사회 범죄 문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되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국내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반인권적 표현 수위의 위험성을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사건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다시금 이주민을 벌레에 비교하는 등 매우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인종차별적 외국인 혐오 표현들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반다문화정책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한국에서도 10년 내 노르웨이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불안 반, 호기심 반으로 묻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상이한 의견들이 암시하듯이 여기에 대해 하나의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유럽의 다문화사회화 및 다문화정책방향의 발전여건과 한국의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면적인 비교는 부정확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르웨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다문화사회 진전 상황을 점검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이주민 유입과 다문화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크게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예측할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된다. 우선 현재 한국의 다문화사회를 살펴보면 유럽에서 지적되는 다문화사회 갈등 요인들이 많다고 볼 수 없다. 이를 테면, 유럽 이민국가들처럼 이주민 비율이 높지도 않고, 피부색과 인종이 확연히 다른 이주민 수도 적고, 이슬람교도 수도 적고, 노동이민자도 적다. 또한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질과 양 역시 역차별과 박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며, 이주민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와 범죄율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은 유럽이 초기 이민시기에 시행하지 않았던, 사회문제화 이후에야 시작했던 다문화정책을 다문화사회화 초기부터 시작하여 문제예방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안정된 다문화사회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다수의 다문화정책 연구 결과들이 제시하듯이, 여러 문화의 소통과 사회통합은 선주민인 한국의 다수자들이 이주민인 소수자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곧 타문화, 타인종, 타종교, 타민족에 대한 다수 한국인의 편견과 차별 극복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이질적 집단이주민들의 인권 존중 의식이 내면화될 때만 조화로운 다문화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이주는 세계적 추세이며,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이 그러한 세계적 흐름을 돌이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민정책 혹은 다문화정책 자체의 존폐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현재 다문화정책의 방향과 추진방식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노르웨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은 아직 우리 다문화정책의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는 상호문화성 및 인권감수성 관련 정책적 지원의 강화가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인 선주민과 외국인 이주민,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소통을 통해 차이 문제를 극복해 나가도록 시민의식을 성장시키면서, 동시에 모든 차이를 초월한 인권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다문화정책에 찬성하는 사람 뿐 아니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모두 함께 대화하고 타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오해와 편견을 줄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이번 노르웨이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해결 방식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다문화사회의 미래는 지금부터 문화간 소통과 인권의식 증진을 위한 선주민과 이주민 사회구성원들 모두의 노력과 다문화정책의 구체적인 실행방식에 따라 다르게 그려지는 진행형임을 기억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