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이러한 경제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세계경제의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통한 경제위기를 진단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고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 지면이 허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경제위기가 올 수 밖에 없는 원론적인 면을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순진하고 단순하게 말하면 '돈' 때문이다. 돈이 많다면 유럽연합이나 미국에서 재정위기는 오지 않았겠는가? 말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경제위기를 부르는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에 이르러서는, 즉 화폐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원래 화폐가 발생한 것은 바로 노동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인간은 노동에 의하여 물건을 만들었고 만든 물건 중에 남은 것이 있어 이를 물물교환을 통하여 새로이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데 사용하였는데 물물교환의 불편함은 이를 중개하는 매체를 필요로 하였고 이것이 바로 화폐였던 것이다. 사실 화폐가 이러한 중개역할을 하면서 물건의 객관적인 평가가 자연스레 이루어졌는데 이것은 또한 그 물건을 생산한 노동의 객관적인 가치를 의미하였던 것이다. 원래 화폐가 이러한 중개역할만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화폐에 의한 평가와 이와 동일한 가치의 물건(노동의 가치)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물건이란 사용가치가 존재하지만 화폐는 그 자체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다만 추상적인 수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추상적인 화폐의 성격은 곧바로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발전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자본을 이루게 된 것이다. 화폐가 아무런 실제적인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치저장, 즉 자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화폐가 자신의 열매를 낳을 수 있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의 경제위기, 바로 인간의 비극이 된 것이다. 사실 화폐가 그의 열매, 즉 이자를 발생하지 않는다면 화폐는 여전히 교환수단의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화폐가 스스로 열매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스스로 거대 공룡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 움직이는 이 화폐라는 존재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 졌지만 그 자체로서 인간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슈퍼컴퓨터,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거대 존재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숫자로서 이루어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추상의 세계이며 이 추상성으로 인하여 오늘날 하나님 대신 인간의 신이 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숭배하고 좋아하며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함께 살지 않을 수 없는 다정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폭군으로 변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돈인 것이다. 또한 인간의 고통·슬픔·행복·기쁨, 이 모두가 녹아있는 곳이 바로 돈인 것이다.
원래 돈은 물건을 생산하는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를 위하여 도입된 매체로서 물건(인간의 노동)에 종속하는 주종관계였다. 그래서 돈은 물건과의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종이었던 돈이 스스로 물건의 세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면서 주인인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오늘날 인간 스스로도 자신의 수입을 화폐로 환산한 자신을 사회적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돈은 이제 인간의 신이 된 것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돈은 숫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 수에 의한 세계는 결코 완전할 수 없는 것이다. 원래 돈은 스스로 열매를 가지면서 부풀려지기 시작했고 이렇게 부풀려지면서 거품 때문에 예기치 않은 시점에서 스스로 터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경제위기이며 결국 인간은 그로 인하여 고통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미 인간의 신이 된 돈은 이미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났다는 것과 인간은 그 자신이 멸망할 때까지 이처럼 변덕스러운 신이 된 돈과 더불어 애욕의 기나긴 동행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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