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전 최초 족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권씨 성화보'

현전 최초 족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권씨 성화보'

문화류씨 가정보 11책 목판으로 19대 자손 4만2000명 기록 안동김씨 성보 외손은 일체 수록안해… 조선족보로는 이례적

  • 승인 2011-08-04 14:05
  • 신문게재 2011-08-05 11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족보있는 도시 대전:세계기록유산 등재 프로젝트]3.우리나라 대표 족보

“우리 인간이라는 것은 다함께 시조로부터 비롯되었다. 아! 한집에 모여 자리를 같이하고 한 그루의 밤나무같이 모두가 그의 친족으로서 수족과 같았다. 몇 대를 지나며 촌수가 멀어져 누가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은 당연한 형세의 흐름이다. 그러나 한 몸에서 갈라진 몸이 저 길을 가는 낯모를 사람과 같아질 것이니 식자로서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 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 학예연구사가 족보박물관 소중 족보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 학예연구사가 족보박물관 소중 족보를 소개하고 있다.
족보를 왜 만들게 됐는지를 밝힌 이 글은 '의성김씨세보(1553년)' 서(序)다. 서는 족보의 머리에 실린 서문으로 동족이 생긴 내력, 가문의 족보편찬 역사, 편성차례, 족보를 간행하게 된 의의 등을 밝힌 것으로 발(跋)이라고도 한다. 이 서와 발은 보통 자손 가운데 학식 있는 사람이 기술하지만 세상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다른 성씨의 사람이 쓰기도 한다.

기(記)또는 지(誌)는 시조, 중시조의 사전(史傳), 현조(顯祖)의 전기·묘지명·신도비명·제문·행장·언행록·연보·선조유사 등을 기록한다.

일찍이 고려 말, 가진 자의 사회적·도덕적 책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회덕황씨의 선행은 '회덕황씨세보(1956년)'의 '회덕현미륵원남루기'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미륵원은 황윤보에 의해 지어진 원(院·여관)으로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했는데 그의 후손들까지 비영리로 운영했다. 미륵원은 또 여행자를 대상으로 구호활동 및 시설의 확장과 함께 사회봉사활동으로까지 확대된 대전지역 최초의 사회복지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 미륵원 남루
▲ 미륵원 남루
이렇듯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족보는 모든 보첩류(譜牒類)를 총칭하는 개념인데 이 안에는 대동보(大同譜), 파보(派譜), 세보(世譜), 가승보(家乘譜), 계보(系譜), 내외보(內外譜), 만성보(萬姓譜) 등 다양한 하위개념들이 있다.

조상의 순서에 따라 그 아래 나눠진 파를 망라해 적은 것을 세보 또는 지보(支譜)라고 하고 자기 직계만 적은 것을 가첩(家牒)또는 가승이라고 한다. 또 자기중심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만을 기록한 것을 가승이라고 하고 한 파속(派屬)을 대상으로 한 것은 파보다. 이 파보를 2개 이상 합쳐 편찬한 것이 세보이며 계보는 한 가문의 혈통관계를 도표로 표시한 것이다.

대동보는 성씨의 시조로부터 모든 후손들을 기재한 것으로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수십 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파보는 시조로부터 후대에 갈라져 나온 파시조(派始祖)를 중심으로 그 후손들을 기재해 대개 1, 2권으로 구성된다. 오늘날 집집마다 구비하고 있는 족보의 대부분은 파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간된 족보는 1423년 간행된 '문화류씨 영락보'로 알려져 있으나 그 서문만 전할 뿐 현전하는 최초의 족보는 '안동권씨 성화보'다. 성화보는 1476년 간행된 안동권씨 족보로 목판으로 찍어낸 3권의 책인데 중간본만 전해진다. 당시 중국 연호인 성화연간에 만들어진 것이라 해서 성화보라 부르는데 아들은 물론 딸과 그 자녀(외손)들을 모두 싣고 있어 아버지 쪽 성씨 자손과 구별하지 않았다.

자녀는 출생순서로 기록하였으며 양자를 들인 기록은 나타나지 않는다. 성화보에 실린 안동권씨는 380여명으로 다른 성씨도 8000여명 실려 있다.

성화보는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다. 성화보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이성무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국가에서 고려 말 홍건적과 왜구 침입을 막은 사람들에게 관직을 남발함으로써 관직세계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자기 가문이 양반으로서 배타적인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족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565년 간행된 '문화류씨 가정보'는 총 11책 목판이다. 문화류씨 시조인 차달로부터 19대 자손, 사위, 손자까지 4만2000명의 인적사항이 기록되어 있다. 기록은 출생 순서대로 되어 있으며 사위를 여부(女夫)라 하지 않고 서(壻)라고 표시함으로써 남성우위시대였음을 보여준다.

한국족보박물관 심민호 학예연구사는 “가정보는 명나라 세종대의 연호인 가정년에 만들어졌다 해서 가정보라 부르며 19대 자손 4만여 명에 대한 인적사항을 기록함으로써 당시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 안동권씨 성화보<사진제공=규장작>
▲ 안동권씨 성화보<사진제공=규장작>
'안동권씨 성화보'와 '문화류씨 가정보'외에도 1545년 '성주이씨농성서군공족보'가 있기는 한데 이는 이문건에 의해 필사된 것이어서 현전하는 세 번째 오래된 족보는 '안동김씨성보(1580년)'로 본다. '안동김씨성보'의 내용상 특징을 보면 조선전기 족보에서 볼 수 있는 자녀간 출생 순으로 기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손의 경우에는 이 시기 '안동권씨 성화보'나 '문화류씨 가정보'가 외손을 대수에 제한 없이 추적해 수록했던 반면 '안동김씨 성보'에서는 외손을 일체 수록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해 성봉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동성을 상세히 한 것은 조상을 중요시 여긴 것이고 외손을 간략히 한 것은 근본을 높인 것(詳於同姓以重祖 略其外孫以尊宗)'이라 하여 외손을 일체 수록하지 않은 것은 조선전기 족보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안동김씨성보는 흔치 않은 보물급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글=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관련 기사>
•파(派)와 세(世) 알면 족보가 보인다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10804001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