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과위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시스템을 통해 정부 연구기관(출연연·정부내연구조직·정부설립기술원 등)의 유사·중복 연구 사례를 조사한 결과, 23개 기관에서 태양광 분야 연구를 수행 중으로 집계됐다. 이들 23개 기관들은 각각 1억~120억원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한국화학연구원 등은 각종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 개발 중이다. 로봇 분야도 국방과학연구소, 생산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 카이스트 등 등 17개 연구기관이 참여, 수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예산을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같은 유사·중복 연구 문제가 두 가지 차원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정부 부처들이 '영향력 확대' 욕심에 연구 영역을 무리하게 넓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권까지만해도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초·원천 연구', 지식경제부는 '실용·산업화 연구'등으로 역할이 나뉘었지만, 현 정부들어 부처간 경쟁과 영역 침범으로 이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현 정부들어와 교과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출연연 13개), 지경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14개) 등으로 출연연들의 소속이 뚜렷하게 나뉘어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중복을 피해 효율을 높이거나 융합 연구를 시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도연 국과위원장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이같은 문제 인식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위는 여러가지 방안을 통해 유사·중복 연구를 막고 정부 R&D의 효율을 개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연구기관 차원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출연연 지배구조(거버넌스) 통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과위는 교과부나 지경부 등 각 부처 소속으로 갈려있는 출연연들을 국과위 등 하나의 지배구조, 법인 아래 모아 그 안에서 연구 과제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기관간 융합 연구를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과제중심(PBS)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현재 40~50% 수준인 정부 지원 출연금 비중을 70%까지 높여 출연연에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출연금 지원 방식에는 '블록펀딩'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 연구기관이 몇 가지 주요 연구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면, 정부는 그에 맞춰 큰 틀의 예산만 결정·지원하고 인건비 배분 등 세부 사항은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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