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제봉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
이렇게 도시기능의 집중화, 편중화 현상으로 빚어진 부작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옮겨진 쪽 시민이 떠안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아직도 몰락이 멈추지 않고 폐허처럼 변하고 있는 원도심의 현실이다. 중앙로 일대를 비롯한 대전역을 에워싸고 있는 삼성동, 중동, 원동 등과 충남도청 주변인 선화동일대는 아직도 낙후된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언제적 중동이었던가. 중동 10번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 도태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후유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유행병처럼 번진 둔산권 선호 욕구다. 둔산권에서 살아야 체면이 서고 사는 것처럼 산다는 인식이 팽배해져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쇼핑을 할 때나 병원을 고를 경우도 둔산권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내로라하는 명품매장이나 의료시설들이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다 둔산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교육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원도심의 명문고교가 신도시에 힘입은 고교에 밀려 일류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쪽방신세를 질 지언 정 둔산권에서 뿌리를 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어처구니가 먹혀들어가서다. 속된 말로 무얼 해 먹고 살아도 그저 둔산권이어야 된다는, 무작정 상경식의 인식이 팽배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둔산권의 땅값은 천정 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은 혀를 내 두를 정도다. 한 예로 둔산권의 아파트 값이 분양당시 평당 200만 원대 미만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다섯 배가 오른 1000만원 대를 호가하고 있다. 아직도 이들 지역에 비해 반값도 채 안 되는 400만 원대를 밑돌고 있는 원도심 시민들로 하여금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지겨운 둔산이란 넋두리가 나올 지경이다. 온갖 것이 다 몰려 있다 보니 그럴법한 일이다. 그래서 둔산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생존경쟁 의식이다.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있다는 의미다.
으능정이 거리를 첨단 '엘이디(LED) 특화거리'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다. 도시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결정적인 방안은 미룬 채 화려한 거리조성만으로 원도심의 발전모색을 계획했다면 이는 다소 미흡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주문하고 싶다.
아직도 버려진 채 외면당하고 있는 그늘진 곳 원 도심. 바로 그 원도심에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한다. 어떤 면에서 한밭대전의 이름을 지켜왔던 이들 지역이 아니던가. 아무리 세태변화의 바람이라 할지라도 버려진 채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당국자로 하여금 시쳇말로 “앉은뱅이 잇 수 몰라서 못 가느냐?”라고 항변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유만 앞세우지 말고 행정속성상 구청에서 광역시로, 국토해양부로 책임만 떠맡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는 우리 대전광역시 시민에게, 아니 우리 원도심 주민들에게 맡겨진 숙명이요 사명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밝히고 찾아서 해결해내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지역구 K의원으로 하여금 충남도청 활용방안 발표가 머지않았다는 긍정적인 언급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보며, 인간을 위한 도시, 생동하는 도시, 균형 잡힌 도시로서의 공간조성을 위한 근본적인 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멋진 도시 건설을 위해 과감한 당국의 시행 결단이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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