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지자체 금고지기 노린다

충남 14곳 농협 독식… 올 계약만료 6곳에 도전장 '귀추'

하나은행이 충남도와 시ㆍ군 자치단체 금고를 장악한 농협의 아성(牙城)에 도전장을 낼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농도(農道)라는 특성과 지역 밀착도 등을 강점으로 한 철옹성이라는 점에서 승산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올해는 하나은행의 공성(攻城) 의지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31일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금고계약이 만료되는 곳은 충남도를 비롯한 아산시와 공주시, 당진, 서천, 태안군 등 모두 6곳(6조8793억원)이다.

우선 충남도가 일반회계 3조5828억원, 특별회계 6348억원, 기금 3160억원 등 4조5336억원이다.

아산시가 7498억원(일반 5654, 특별 1739, 기금 105억원)으로 가장 많고, 4700억원(일반 3982, 특별 662, 기금 56억원), 당진 5272억원(일반 4208, 특별 622, 기금 442억원) 등이다.

서천이 3010억원(일반 2592, 특별 242, 기금 176억원), 태안은 2977억원(일반 2397, 특별 552, 기금 46억원) 규모다.

충남도의 일반회계 금고는 농협이고, 특별회계 SC제일은행, 기금은 하나은행 충사본이 맡고 있다. 5곳의 자치단체를 포함한 충남의 16개 시ㆍ군 중 14곳의 일반ㆍ특별회계, 기금은 농협이 관리한다.

천안(1금고 농협, 2금고 하나은행, 3금고 신한은행)과 보령(일반회계 농협, 특별회계 하나은행)만 복수금고로, 금고시장에서는 농협이 독보적이다.

충사본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중 영업망과 자금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감안할 때, 지역 대표은행으로서의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지역은행이 현존하는 경상도(대구, 부산, 경남은행)와 전라도(광주, 전북은행)의 자치단체 금고의 88%는 농협과 지역은행들이 함께 맡고 있다.

충남지역 금고의 87.5%를 농협이 장악한 건, 단수 계약 방식 때문이다.

현재 16개 시ㆍ군 중 천안을 제외한 15곳은 수의계약을 통해 단수로 금고를 지정했다. 물론, 모두 '일반회계는 단수 금고를 원칙으로 하고, 특별회계 및 기금은 필요한 경우 복수금고를 둘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복수와 공개경쟁 허용 규정을 적용한 지자체는 소수다.

충사본 관계자는 “독점은 폐해를 부른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사업도 원활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농협 관계자는 “수익 등 시중은행이 금전적 측면만 생각해선, 왜 농협이 금고를 맡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자체와 지역민의 지지와 선택을 받는 건 그만큼 설명할 수 없는 역할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