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순 목원대 교수 |
1970년대 초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바움라이드는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을 민주형, 권위형, 허용(방임)형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부모상으로는 민주형을 꼽는다. 민주형은 자녀의 의견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양육태도로 자녀와 의견대립이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지만 부모가 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노'라는 일관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교육 전문가들은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권위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부모들로부터 계승되어온 우리의 문화이고 습관이다. 반면 모 육아정보 회사가 전국 761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형 부모는 175명(23%), 과잉 보호형이 144명(19%), 허용형이 112명(15%), 무관심형이 116명(15%)이었다. 설문에 답한 부모들 중에는 방임형도 상당부분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 부모를 좋아할까?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친구처럼 대화가 통하는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이 65%를 차지했다. 즉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부모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18세기 유명한 교육사상가 중의 한 사람인 루소 (Jean Jacques Rousseau)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사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며, 훌륭한 교사를 찾아 다니는 시간에 부모 자신이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은 더욱 좋은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루소는 그 당시 프랑스 귀족부인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비싼 돈으로 고용한 과외교사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구경이나 하면서 몰려다니는 모양새를 비꼰 것이다. 루소는 또 아이들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아이처럼 가르치지 않고 어려서부터 금세 박사를 만들려고 기를 쓰는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마치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꼬집는 것 같다. 초등학생들부터 힘들게 2-3년 앞선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 교육현장이 알고 보면 300년 전에도 그 양상이 비슷했던 듯싶다. 부모가 아무리 자녀를 몰아가도 평범한 초등학생이 박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자녀 교육이 아닐까?
무엇보다 교육은 20년 넘게 장시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먹고 잠자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한다. 장거리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건강을 고려해 때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단거리 경주를 하면 쉽게 지쳐서 중도에 포기한다. 운동선수에게 코치가 필요하듯 아이들에게도 좋은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츠 스타 김연아와 박태환에게 코치가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가 바로 이런 코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부모의 습관은 곧 아이의 습관이 된다. 식습관, 생활습관, 공부습관 모두 어릴 때부터 잘 길들여져야 한다. 인간의 습관은 남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의 주변을 가장 많이 맴도는 사람이 바로 부모다. 아이가 성년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 가장 오랜 시간 부모와 대화하고 생활하고 부닥친다. '우리 집 아이는 왜 이 모양이지?' 그 말은 즉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하는 것과 동의어다. 지금은 아이들이 방학으로 집에 오래 머물러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다. 오늘 한번쯤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보고 부모로서 나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생활버릇을 한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 노릇 잘하기도 참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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