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순]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조은순]당신은 어떤 부모입니까?

[중도춘추]조은순 목원대 교수

  • 승인 2011-07-28 14:38
  • 신문게재 2011-07-29 20면
  • 조은순 목원대 교수조은순 목원대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수
▲ 조은순 목원대 교수
“우리의 실수는 아이들을 지나치게 지적으로만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타이너)

1970년대 초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바움라이드는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을 민주형, 권위형, 허용(방임)형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부모상으로는 민주형을 꼽는다. 민주형은 자녀의 의견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양육태도로 자녀와 의견대립이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지만 부모가 양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노'라는 일관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교육 전문가들은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권위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부모들로부터 계승되어온 우리의 문화이고 습관이다. 반면 모 육아정보 회사가 전국 761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형 부모는 175명(23%), 과잉 보호형이 144명(19%), 허용형이 112명(15%), 무관심형이 116명(15%)이었다. 설문에 답한 부모들 중에는 방임형도 상당부분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 부모를 좋아할까?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친구처럼 대화가 통하는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이 65%를 차지했다. 즉 나를 이해해주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부모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18세기 유명한 교육사상가 중의 한 사람인 루소 (Jean Jacques Rousseau)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사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며, 훌륭한 교사를 찾아 다니는 시간에 부모 자신이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은 더욱 좋은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루소는 그 당시 프랑스 귀족부인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비싼 돈으로 고용한 과외교사들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구경이나 하면서 몰려다니는 모양새를 비꼰 것이다. 루소는 또 아이들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아이처럼 가르치지 않고 어려서부터 금세 박사를 만들려고 기를 쓰는 어른들의 생각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마치 지금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꼬집는 것 같다. 초등학생들부터 힘들게 2-3년 앞선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 교육현장이 알고 보면 300년 전에도 그 양상이 비슷했던 듯싶다. 부모가 아무리 자녀를 몰아가도 평범한 초등학생이 박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자녀 교육이 아닐까?

무엇보다 교육은 20년 넘게 장시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먹고 잠자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한다. 장거리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건강을 고려해 때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단거리 경주를 하면 쉽게 지쳐서 중도에 포기한다. 운동선수에게 코치가 필요하듯 아이들에게도 좋은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츠 스타 김연아와 박태환에게 코치가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가 바로 이런 코치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부모의 습관은 곧 아이의 습관이 된다. 식습관, 생활습관, 공부습관 모두 어릴 때부터 잘 길들여져야 한다. 인간의 습관은 남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의 주변을 가장 많이 맴도는 사람이 바로 부모다. 아이가 성년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 가장 오랜 시간 부모와 대화하고 생활하고 부닥친다. '우리 집 아이는 왜 이 모양이지?' 그 말은 즉 '나는 왜 이 모양이지?' 하는 것과 동의어다. 지금은 아이들이 방학으로 집에 오래 머물러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다. 오늘 한번쯤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보고 부모로서 나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생활버릇을 한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 노릇 잘하기도 참 힘든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