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에는 자전거도로부터 체력단련시설까지 각종 시설물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런 시설물들은 천변에 설치되는 특성상 비가 많이 올 경우 유실 및 훼손, 그리고 복구작업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상이변에 따른 폭우가 잦아지면서 하천 시설물 복구에 투입될 예산도 미리 가늠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최근 대전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 때도 3대 하천에 조성된 각종 시설물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어야만 했다. 갑천 신구교 아래에 설치된 5개의 야구장은 불어난 하천물로 그물망이 찢기고 모랫바닥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유등천에선 도마·버드내·복수·옥계교 아래 축구장과 산책로 일부가 물에 휩쓸렸다.
하천 폭이 좁은 대전천은 9년 만에 최고수위를 기록, 한 때 홍수대피 직전까지 가는 등 인근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10일 밤 대흥교 수위관측소는 만수위에 0.16m 모자란 2.34m를 기록했다. 대전천은 1979년 250㎜의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했었다.
대전시 하천시설물 폭우피해 현황을 보면 7일부터 14일까지 400㎜의 집중호우로 갑천 7곳, 유등천 10곳, 대전천 17곳 등 34곳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었다. 세부적으로는 저수호안 10곳, 둔치 16곳, 체육시설(축구장 등) 8곳이 유실됐고 의자, 펜스, 간판 등 기타시설물 149곳이 피해를 봤다.
대전 3대 하천 시설물 중 하천부속시설은 보 30개, 수문 26개, 하상도로 8.38㎞, 하상주차장 834면 등이 조성돼 있다. 체육시설로는 축구장ㆍ야구장ㆍ파크골프장 등 95면이 설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설치된 하천시설물이 유속을 막아 하천 본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매년 하천시설물 피해복구가 되풀이 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전천 목척교의 경우 분수대 등 1년도 안된 시설물이 심각한 훼손을 입었고 다른 하천도 피해는 적지 않다”며 “예산낭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한 분석을 통해 복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를 위해선 무분별한 설치를 중단하고 하천시설물에 대한 존치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지자체는 친수공간과 시민들의 휴식공간 활용 측면에서 하천의 시설물 설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배창제 대전시 생태하천과장은 “3대 하천에 설치된 산책로나 자전거도로 등은 시민들의 편의ㆍ휴식시설 차원에서 설치된 것”이라며 “집중호우 때 하천시설물의 피해 반복 등은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