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천에 징검다리가 놓여 물길이 바뀌면서 유등천 가수원교 구간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유실된 모습. |
도심의 하천이 홍수예방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시민들의 운동과 여가를 위한 친수공간 역할이 강조되면서 대전의 하천 곳곳에는 각종 인공시설물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같이 만들어진 하천 시설물로 인해 큰비가 올 때마다 '시설물 조성-비피해-복구'의 과정으로 예산투입이 반복될 밖에 없다.
결국 복구예산은 짧은 기간동안 하천 시설물을 유지해주는 소모성 예산으로 비춰져 시민친수공간 기능확보를 어느 선까지 유지할 지, 사회적 투입비용의 적정선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올 여름 장마에서 대전의 하천 내 인공시설물은 상당수 파손되는 피해를 보거나 물 흐름을 방해해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유등천 가장교 천변의 축구장과 게이트볼장은 불어난 물로 모래가 쓸려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축구장을 조성하느라 천변의 잔디를 걷어내고 맨땅을 드러낸 사이 불어난 물에 잠기면서 상당수 흙이 유실된 것.
갑천 신구교의 야구장도 모래가 유실되면서 피해를 봤다.
특히, 새롭게 조성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피해도 컸다.
유등천 복수교 천변에 조성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는 이번 불어난 물에 쓸려 내려가 아스콘 포장 50m 정도가 사라졌다.
특히, 이들 지역은 주민 편의차원에서 하천에 돌 징검다리를 놨다가 피해를 발생시킨 사례다.
물이 흐르는 저수호안에 인공적으로 돌을 쌓다 보니 막상 큰물이 급하게 흐를 때는 물길이 장애물을 피해 천변으로 흘렀기 때문에 산책로 등을 유실시킨 것.
하천 일부지역에서는 자연하천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도록 쌓은 조경석과 모래가 유실되기도 했다.
대전천 유등교 천변 경사면은 올해 초 모래를 쌓고 조경석으로 마감했지만 이번 큰 비에 모래는 물론이고 조경석도 200m가 사라졌다.
이번 장마에 의자와 펜스 등 대전 3대하천 내 편익시설도 149개가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장마 때도 하천의 산책로와 체육시설 179곳이 유실되거나 파손돼 11억원을 들여 복구한 바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하천 내 들어서는 인공시설물들은 주민들 수요가 있어서라기보다 예산도 적게 들고 민원도 없으니 일단 만들고 보자는 정책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1년에 한 번은 물이 넘치는 천변에 천변 유실을 초래하는 인공시설물을 조성해야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갑천·유등천·대전천에는 현재 축구장 15면, 야구장 6면, 파크골프장 2면, 테니스장 등 야외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 95면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 산책로 66㎞, 자전거도로 78㎞가 포장되어 있다. 자전거도로는 8.4㎞가 더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4대강 정비사업의 완료되면 대전 3대 하천에는 축구장 5개, 야구장 4개, 테니스장 2개 등 31개의 체육시설과 관찰데크 등이 더 들어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하천 내 인공시설물에 적정 수준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는 “하천 주변을 지나치게 개발해 하천 퇴적을 빠르게 하는 등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줄이고 있어 문제”라며 “도심하천을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는 있으나 인공시설물은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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