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영 출판사 따뜻한손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인터넷에는 강원주민들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현지인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획부동산이 한탕하고 떠났기 때문에 뒤늦은 거래 제한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국가적 행사라고 해도 당장 나한테 손해가 된다면 누구도 반길 리 없다는 점에서 그분들의 처지가 딱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 유치는 전반적인 강원도 부동산시장에 '메가톤급 호재'임이 분명하다.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강원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전과 광주가 그 뒤를 이었다.
세종시 건설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과 같은 개발 기대효과가 대전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원인이라면, 부진을 면치 못하던 광주에서는 매출이 57%나 폭증한 LED 관련 광(光)산업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품이 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마냥 좋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대출금 갚기가 힘든 '하우스 푸어(집을 소유한 빈곤층)'는 물론,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나 다름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충청권은 세종시 프로젝트의 수혜를 계속 누릴 수 있을까. 행정부처를 일부 옮겨오는 대신,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차세대 신수종산업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면 강원도의 상승세쯤은 간단히 추월하지 않았을까.
기업이 들어와야 도시가 산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이치다. 새로운 기업의 유치가 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정치인의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없다. 현존하는 권력의 임기가 아직도 1년 반 이상 남아 있는데도 벌써 '미래권력'으로 군림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같은 거물 정치인조차 5분짜리 축사를 하기 위해 두세 시간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삼성전자 합작공장 기공식에서 “LED야말로 새로운 빛의 쌀” 이라며 “대표적 미래 신성장 동력인 LED 핵심부품 생산 기지가 우리 지역에 생겨 정말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산업 인프라와 노동력의 질, 지자체의 지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여러분이 최적지에 투자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대구를 치켜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난히 말이 짧은 박 전 대표의 그날 속내는 “다른 행사장에서는 웃으려고 애를 많이 쓰는데 오늘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그 특유의 감사인사였다.
그런데 “LED야말로 새로운 빛의 쌀”이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표현 같지 않은가.
그렇다. 지난해 초, 굴지의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야말로 '제3의 쌀'을 창조하는 터전이 돼야 한다고 호소한 것이 바로 그와 같은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융합과 시너지였다. 사실 삼성전자가 전략 아이템으로 꼽고 있는 LED산업은 애당초 세종시에 건설하기로 했던 핵심시설 가운데 하나다. 만약 세종시 수정안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면 지금쯤 삼성은 165만㎡(5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에 전자와 SDI·LED 같은 5개 주요 계열사가 사업장 터를 닦고 있을 것이다.
예상 고용인원만 1만 5800명으로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장인 경기 기흥과 충남 탕정에 버금가는 규모다. 대구에 짓는 시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마자 지금은 원내대표로 민주당 의원들을 지휘하고 있는 김진표 의원이 “경기도 경제가 다 죽는다”며 반발한 것도 그것이 너무 탐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기와 삼성LED 본사가 있는 수원 영통구가 지역구다. 그런데 충청도 출신 정치인들과 지자체 단체장들까지 반대에 가세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모든 정치인들이 유치에 혈안이 된 기업이 제 발로 오겠다는데, 그들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다른 지역으로 쫓아냈을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